작은 차이, 그러나 중대한

2024-07-01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불볕더위 속 유명 냉면집 앞에 구불구불 줄이 길다.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맹물 가까운 육수에 담긴 면을 먹겠다고 사람들은 한낮 열기를 오래 견딘다. 겨우 자리 잡고서는 면을 자르니 마네 말도 많다. 애초 면 요리는 그 길이 때문에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진 탓이다. 이러나저러나 국물까지 싹 비운 사람들이 생명력 두어 칸을 충전했다는 표정으로 나선다. 여태 줄 서 기웃대던 사람들이 그 표정을 살피며 기대를 키운다. 알아채기도 힘든 작은 차이가 맛집을 가르는 법이다. 수십 년 전통, 원조 맛집 같은 표어 크고 요란한 가게엔 줄이 없다. 폭염 속 냉면집 앞 청년주택 건설 현장에 대형 트럭이 줄줄이 들고 나느라, 빨간색 조끼 차림 신호수가 바쁘다. 앞서 끼니 때운 사람들이 열기 한창 오르는 현장으로 돌아온다. 중대재해 제로, 어디에나 있는 표어가 유독 크게 보인다. 또 한 번의 참사 탓이겠다. 어제 국수 한 그릇 비우며 장수를 기원했던 사람들은 오늘 명복을 바라야 했다. 참사가 줄줄이 끊이질 않는다. 표어만이 날로 크고 자극적으로 변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