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차 하청 불법파견 ‘같은 업무 다른 판결’
2022년 불법파견 판결받은 라인, 2년 뒤엔 적법도급 … “사측 대리인도, 판사들도 김앤장 출신”
현대자동차 2차 하청업체 소속 서열·검수·불출 작업자들이 1심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지 못했다. 무려 6년에 걸쳐 재판이 진행됐지만 업체별 구체적인 판단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미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공정도 직접고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측 대리인도 김앤장 법률사무소, 재판부 배석판사 2명도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이라서 재판 과정부터 주목받았던 사건이다.
법원 “‘사외 서열’ 직접고용 대상 아냐”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현대차 하청업체 노동자 91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고용이행의무 등 소송에서 최근 원고 19명의 청구만 받아들였다.
패소한 이들 대부분은 현대글로비스로부터 서열·검수·불출 작업을 재하청받은 2차 업체 소속이다. 부품을 생산라인 투입순서에 맞춰 정해진 규격 용기에 배열해(서열), 적시에 이를 생산라인에 운반·공급하는(불출) 업무를 했다.
재판부는 ‘사외 서열’ 작업자들을 직접고용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현대글로비스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원청의 서열정보를 2차 하청노동자들에게 제공한 점을 언급하며 “부품공급망 내 정보공유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으로 보고 부품공급망을 지휘명령 도구로 본다면 파견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며 원청의 지휘·명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울러 생산공정이 아니라 물류업무라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2차 부품물류회사가 원청 울산공장 외부 자체 작업장에서 서열 작업을 마치고, 원청 울산공장에서 불출 작업만 한다면 이는 부품물류회사의 본연인 물류에 충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원청 사업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판사 구성 바뀌며 정반대 판결 나와”
1심만 6년6개월가량 진행됐는데 판단근거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자측을 대리한 조세화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2차 하청노동자의 불법파견을 엄격하게 판단한 2022년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업체와 부품, 생산라인이 제각각인 원고들을 한 목차에 몰아넣고 판단했다. 개별 특성과 증거관계가 다른데 엄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패소한 원고 중에는 앞선 재판에서 불법파견 인정을 받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원고도 있다. 같은 라인에서 같은 업무를 했는데 판단이 엇갈린 이유를 모르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 부장판사)는 2022년 8월 현대차에 2차 하청업체 소속 파노라마 선루프 서브작업자 A씨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와 같은 일을 하는 교대근무자 B씨는 이번 재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지 못했다. 김현제 전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울산)은 “같은 재판부인데 판사 구성이 바뀌면서 정반대 판결이 나왔다”며 “사측 변호사도, 판사도 김앤장인데 어떻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재판부 판사 3명 중 재판장을 제외한 이 사건 주심 판사와 또 다른 배석판사가 김앤장에서 주로 노동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출신이란 점에서 선고 전부터 우려가 나왔다. 사측 대리도 김앤장이 담당하면서 재판부가 원고측에 재판부 재배당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이 수년간 진행된 상황에서 재판부 변경으로 또다시 지연될 것을 우려한 이들이 많아 재배당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재판부는 사내 서열공정과 출고업무 노동자 19명에 대해 현대차가 직접고용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