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법률상담 절반이 ‘보수지급 지연’
플랫폼공제회 법률상담 사례 발표 … “사회적 보호 가능토록 기본법 제정 필요”
“하고 싶을 때 일하고, 일한 만큼 벌고, 원할 때 쉬고, 싫으면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에 통제받지 않는다. 프리랜서에 대한 이런 설명은 사실 거짓이다.” 김동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의 설명이다. 공제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률상담 사례로 본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불공정 사례 증언 및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작가 원고료는 20년째 그대로
프리랜서 사회자 보수 못 받아
공제회는 지난해 6월 프리랜서권익센터를 설치하고 법률상담 등 권리찾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년간의 법률상담 사례 207건을 분석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이날 토론회를 개최했다.
법률상담 중 가장 많은 유형은 보수지급 지연이었다. 68건(51.9%)에 달했다. 불공정 계약은 16건(12.2%), 근로자성을 다투는 문제는 15건(11.5%), 일방적 계약해지 14건(10.7%) 등이었다. 박현호 프리랜서권익센터 정책위원은 “상담유형을 살펴보면 프리랜서의 법률적 지위를 두고 업체와 갈등하고, 복지와 갑질 문제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의 처지가 엿보인다”며 “보수 미지급 문제도 법원에서 지급명령이 승인되는 사례가 많지만 업체가 의도적으로 지급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어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실태 증언에 나선 프리랜서들은 저임금(보수)과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권익 침해, 일방적 계약해지 등을 겪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출판·디자인 분야 증언에 나선 이다혜 프리낫프리 편집장은 “20년 이상 오르지 않는 원고료, 단행본 계약시 집필임금은 없고 선인세를 받지만 이마저도 수십 년째 그대로”라고 말했다. 한의석 드림아케디미 원장은 “프리랜서 사회자(MC)는 계약서 없이 구두계약으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 때문에 행사를 진행하고 돈을 못 받아도 대처하기 매우 힘들다”고 증언했다.
“근로자인데도 프리랜서 계약”
“정부 대책 수립시 이해당사자 함께해야”
프리랜서권익센터에서 법률상담을 담당했던 변호사 등 법률가들은 계약 불공정, 미수금,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 각각의 대안을 제시했다.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이채)는 “계약 내용을 보면 근로계약인데도 회사와 도급·위탁·자문 등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해 근로자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프리랜서 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하도록 사회적 인식변화 내지 정책 도입이 필요하고, 근로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프리랜서를 보호하는 규정을 계약서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노동자를 포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강조됐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토론 순서에서 “현 노동법제는 경제적·인적 종속성 개념을 기초로 하고 있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이외는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보호의 방안으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류 본부장은 “기본법을 통해 근로기준법 등에 포함되지 않는 노동자에게 별도의 법률상 지위를 부여해 사회적 보호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기본법 토대 위에 근로기준법·노조법·사회보장법 등으로 보호를 더욱 두텁게 하는 방식을 병행하자”고 주장했다.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프리랜서에 교섭권을 보장하고, 공공부문이 표준계약서 작성에 앞장서야 한다”며 “노동약자 보호를 말하는 정부는 단독으로 정책을 수립할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를 포함하는 협의체 기구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