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강의 소홀히 한 대학강사, 대법 “직권면직 정당”
사립학교 강사 신분보장 쟁점 … 임용계약만 따진 하급심 대법서 뒤집혀
충남의 한 사립대학교가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강의를 소홀히 한 강사를 직권면직했다가 소송전에 휩싸였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부터 하급심까지 사립학교 강사 신분보장 등을 이유로 직권면직이 위법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비대면 강의인데 영상 안 올린 강사
총학생회 항의까지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ㄱ대학교 총장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취소 상고심에서 학교의 직권면직 통지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년차 ㄱ대학 공공정책학부 강사인 A씨는 2020년 2학기 학생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강의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때 강의 영상과 자료를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학기 종료 뒤 성적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총학생회는 A씨의 수업 진행 방식을 지적하며 학교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ㄱ대는 조사를 실시한 뒤 2021년 2월 교원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에게 직권면직 징계를 내렸다. 학내 강사 임용 등에 관한 규정상 면직사유 중 ‘특별한 사유 없이 수업, 성적입력 등 학사일정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같은해 3월 교원소청위원회에 징계면직 취소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위원회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사립학교 강사 신분보장을 이유로 들었다. 사립학교 강사는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라 임용계약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만 면직시킬 수 있다. 형의 선고, 징계처분 등이 아닌 이상 강사에게 휴직이나 면직 등 불리한 처분을 할 수 없다. ㄱ대가 A씨에 제시한 면직사유는 임용계약상 ‘2회 이상 서면 주의’가 선행돼야 한다. 위원회는 “임용계약상 면직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ㄱ대측이 불복하면서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대법원 “임용계약 사유 없어도 직권면직 가능”
1·2심도 위원회 판단이 맞다고 봤다. 대전지법 행정2부(재판장 박헌행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ㄱ대측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임용계약상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면직 가능하다고 규정했지만, 직위해제 사유에 대해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며 “ㄱ대가 A씨를 임용계약에서 정한 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의사에 반해 직권면직해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교수학습지원센터 등이 A씨에게 수업 자료 게재를 촉구하는 문자를 4회가량 보냈다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근무태도 불량에 대한 서면 주의를 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ㄱ대학 정관은 교원의 직위해제 사유를 규정하면서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또는 교원으로서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를 들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임용계약에서 직위해제 사유에 대해 별도로 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그러나 임용계약에서 ‘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본 대학 제 규정 및 일반 관례에 따른다’고 규정해 ㄱ대학 다른 규정까지 살펴 직위해제 사유 의미와 범위를 확정함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해석한다면 A씨를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해 면직되는 경우란 있을 수 없게 된다”며 “임용계약상 직위해제 사유가 정관상 직위해제 사유를 의미한다고 봐도 사립학교 강사 지위와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등 관련 규정 취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