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를 찾아라
2024-06-10 정기훈 기자
어릴 적 빨간색 줄무늬 티셔츠와 모자 차림 월리를 찾느라 그림책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핀 기억이 선명하다. <월리를 찾아라>였다. 마을에서, 바닷가에서, 또 기차역 수많은 사람과 구조물 사이에 교묘히 숨은 주인공을 찾으려면 집중력과 끈기가 제법 필요했다. 선명한 시력도 필수였다. 내가 봤으니 분명 많은 사람이 본 책이다. 노안 찾아온 지금은 볼 수 없는 책이다. 초여름 어느 대학 교정에서 빨간색 조끼 입은 노동자를 찾느라 나는 흐린 눈을 자꾸만 비벼야 했다. 평소 잘 보이지 않던 이들은 빨간색 조끼 입고 한자리 모여서야 비로소 학교 내 구성원으로서 그 존재를 알렸다. 거기 노조 깃발이 높았고, 생활임금·고용보장 요구 목소리가 따라 높았다. 뭉쳐서 요구하고 투쟁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삐뚤빼뚤 팻말에 적어 들었다. 집단교섭 결의대회가 한창이었다. 학생으로 보인 어떤 이가 저기 빨간 조끼 주차관리 노동자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전해 주고는 훌쩍 가 버리던데, 집중력도, 순발력도 떨어진 나는 그저 흐린 눈으로만 그 장면을 담고 말았다. 눈 부릅뜨고 구석구석 꼼꼼히 살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