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금속노련 신임 위원장] “노조조직률 향상이 이중구조 해법, 금속노련의 목표”
22대 국회, 빠르게 노동의제로 메워야 … “민주당, 21대처럼 좌고우면하면 안 돼”
“앞선 총선이 정권심판 구도로 선명하게 치러진 만큼, 22대 국회 초기는 정책의제의 진공상태다.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무산된 법안을 일괄 상정해 처리하고 빠르게 노동의제를 준비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김준영(57·사진) 금속노련 신임 위원장의 지적이다. 지난해 5월 곤봉에 얻어맞아 피흘린 사진으로 포스코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알렸던 그가 꼭 1년 만에 연맹 신임 위원장에 당선했다. <매일노동뉴스>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 연맹 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 당선을 축하드린다. 소회가 있다면.
“12년 전 첫 출마를 했다.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당시 연맹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연맹에서 7년간 일하면서 당시의 요구를 연맹 사업으로 다양하게 반영했고 정책적으로 관철해 왔다. 이제 위원장이 됐으니 폭과 속도를 달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다.”
- 선거 과정에서 전략 조직화를 강조했다.
“새로운 의제는 아니다. 20만 조합원을 슬로건으로 제시하고 추진하던 사업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조직화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전략조직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핵심과제로 한 사업장 내 모든 노동자를 조직하는 게 있다. 현장직을 넘어 사무직과 개발직, 하청 비정규직까지 한 울타리 안에 비조합원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전략 조직화의 성과로 조직이 확대되면서 현재 사무처에 업무가 과중하다. 연맹 지역조직에 담당자를 지정하고 활용하는 방법, 지역과 업종별 협의회를 더 세분화해 연맹 공식기구로 삼아 조직화에 협업하도록 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확장하면 특정 그룹사를 전략조직하는 방법도 가능해 보인다. 하이닉스와 삼성에 전략 조직화의 성과로 하청사 노조도 잇따라 생긴 성과가 있었다.”
노조법 2·3조 개정, 사용자 범위 확대가 본질
- 전략 조직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에 대한 노조의 대답이었다.
“그렇다. 하청노동자의 온전한 노동 3권을 강조하고 법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만, 사회가 급변하면서 법으로 모두 통제하기 어려운 공백이 생긴다. 이 지점에서 노동자 스스로 교섭하고 노동조건 요구를 관철하는 과정이 누적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이중구조 개선의 일익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대기업 하청사 조직 이후 최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현장의 노동조건이 급격히 개선되는 사례들이 있다. 가장 상징적 결과가 동국제강이다. 사내하청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했다. 이 밖에도 현대모비스 하청쪽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따라 하청사들이 통합되고 원청 노동조건에 일정부분 근접하는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조직화의 결과물이자 교섭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본다. 물론 하청사가 파업하면 하청갈이(하청업체 폐업 뒤 교체) 방식으로 무력화하는 한계가 여전히 있다. 그럼에도 조직률이 향상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차별이 개선된다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조직화는 연맹이 취해야 할 목표 중 하나다.”
- 제도개선은 어느 대목에 힘을 줄 계획인가.
“연맹 의제는 제조산업발전법이다. 제조업 전반의 산업전환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관철하는 문제다. 자동차·철강 등을 포괄한다. 제도화해서 법으로 뒷받침하고 들어가야 한다. 노동계 전반의 상징적 과제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이다. 과도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억제하는 것을 뼈대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나 본질적 문제 중 하나는 사용자 범위 확대다. 내가 지난해 구속된 것도 하청노동자의 쟁의권을 원청이 대체근로로 무력화하고 있어서였다. 교섭에서 포스코의 원청 사용자성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처럼 인정된다면 하청갈이도 불법이 될 것이고, 하청도 합법적 쟁의를 통해 노동조건 개선이 가능하다. 때문에 노란봉투법은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상징적 입법이다. 이 밖에 연맹 차원에서는 기업변동시 고용승계 의무화법과 외국계 투자기업 먹튀방지법 등이 있다. 방산노동자와 교사·공무원 등의 노동 3권 쟁취도 과제다.”
1988년 여소야대와 닮은 2024년 여소야대
- 22대 총선에서는 노동의제가 쟁점화하지 못했다.
“지금 여소야대 국면은 1988년 총선과 닮았다. 1987년 대선은 독재와 반독재, 민주와 반민주로 선거 쟁점이 선명하게 형성돼 치렀다. 민생과 노동에 대한 구체적인 의제는 없었다. 이후 노동자 대투쟁을 겪었고 1988년 총선에서부터는 노동의 요구가 야당을 통해 다수 제도권으로 유입되는 과정을 거쳤다. 당시에도 거부권 행사로 많은 법안들이 무산돼 빛을 보지 못했는데 현재와 닮았다. 앞서 밝힌 제도개선 과제를 시급히 상정해 통과시켜야 한다. 노동 의제 가운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도록 준비된 것들이 있다. 빨리 진척시켜 국회 문턱을 넘고, 이후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노동자 대중과 거리 시민들의 지지와 함성으로 넘을 수 있을 것이다.”
- 야당에 대한 기대는.
“총선에서 노동 관련 공약 등이 없었던 조국혁신당이 모두를 위한 노동권리 보장법을 내놨다. 근로기준법 확대와는 결이 다르긴 한데 어느 한쪽만 추진할 게 아니라 두 법안이 같이 논의될 수 있길 바란다. 조국혁신당 내의 흐름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신장식 의원 같은 노동계 이력이 깊은 분도 있으니 노동중심 의제에 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나머지 제 정당이 노동의 요구를 거리끼거나 조심스러울 이유는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목되기는 하는데, 적극성을 띨 준비가 돼 보인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다수의 의석을 점하고도 진전을 보이지 못한 과오가 있다. 당시에는 여러 변명이 가능했겠지만 이번에도 그런 방식이라면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이 상황을 빨리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노조 무력화 시도에 연맹 차원 공동투쟁
최저임금 차등적용 강행시 장외투쟁해야
- 하반기 계획은.
“사업장 곳곳에서 단체협약과 노조 무력화가 시도되고 있다. 이미 교섭 과정에서 단협이 실효된 사업장이 두 곳이나 있고 조만간 또 한 곳의 단협이 실효된다. 교섭을 지연하고 단협을 없애 노조를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정권이 있을 때 노조 기를 꺾어야 한다는 목표가 보인다. 이런 대응이 공통적이라면 연맹 차원의 공동투쟁 쟁점으로 형성될 것이다. 부당노동행위로 조합원 탈퇴를 종용하는 포스코 같은 개별 사업장에는 현재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올해 포스코 노사 임금교섭을 앞두고 사용자쪽이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투쟁 강화 여부가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과의 투쟁은 제도개선 과제에 따른 거부권 행사가 도화선이 될 것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것은 노동자 요구의 정당성이 국민적으로 인정됐다는 것으로, 이를 거부권으로 가로막는다면 투쟁 폭발력은 더욱 커진다. 이 흐름이 강화한다면 현재 연맹만 참여하고 있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에 한국노총 내 다수 산별연맹이 결합할 여지도 생긴다.“
- 최저임금 논의 시기인데.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할 말 많다. 우선 지난해 구속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아쉽고 죄송하다. 구속적부심 당시 판사에게 최저임금위 활동기간만이라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겠다고 호소했는데 안 받아주더라.
현재 재계와 정부가 말하는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은 우리나라 경제규모에서 불가능하다. 조직률을 보라. 특정 업종의 노사가 모여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하고 뒷받침할 역량이 형성되지 못했다.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위에 들어가 있는 이유다. 업종별로 최저임금 정책을 짜고 정부·재계와 교섭할 역량을 찾기 어렵다.
지역별로 차등적용하면 노동력 배분에 큰 문제가 생긴다. 같은 건설일용직이라도 지역에 따라 임금이 다르면 누가 낮은 곳에 가겠나. 과거야 지역·권역별로 경제권이 형성됐지만 지금은 전국단위 경제권역이 형성돼 있다.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의 구인난이 심화한다.
그럼에도 차등적용을 밀어붙인다면 노동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다. 차등적용에 서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외에서 최저임금위의 의사결정을 무력화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 말고 답이 있겠는가. 현행 최저임금위원들에게 부담을 지우자는 건 아니지만, 사용자가 어깃장을 부리고 있는데 노동자위원들이 남아 있는 것도 무의미하다.”
- 사회적 대화에 대한 판단은 어떤지.
“지난해 구속사태를 겪으며 내가 대화론자로 알려졌더라. 사회적 대화를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필요하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사회적 대화란 합의 여부를 떠나 해당 쟁점을 더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다. 노동자의 의견과 사용자의 생각, 정부 정책 제안의 배경을 협의하고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 역시 사회적 대화의 몫이다. 제도화나 결론을 맺기 위한 합의의 가능성도 이런 방식이라야 커진다. 준비기한을 두고 공익위원에게 내맡기는 것, 시한을 정해 놓고 재촉하는 사회적 대화는 진정성이 없다.”
양대 노총 제조연대 차원서 산업전환 대응
- 지난해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에 대내외적 논란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공교롭게도 보석 결정 직후에 이뤄졌다. 개인의 구속 여부가 총연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복귀 결정 이후 언론보도 등을 보면 한국노총을 대화상대로 인정하는 것이 조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타까운 대목은 그 당시가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시점이었다. 노란봉투법을 거부하는 정권과의 사회적 대화? 보수정권과도 사회적 대화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보지만 진정한 대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테면 사회적 대회는 복귀했으나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각종 위원회 곳곳에서 양대 노총의 참여가 무산되고 있다. 이런 것이 복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진정한 사회적 대화의 주체로 인정했다고 할 수 있는가.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저지 같은 것을 (사회적 대화의) 전제로 달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감이 한국노총에는 있다.”
- 산업 부문 사회적 대화로 자동차 포럼 등도 운영됐다.
“현재는 아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올해 시행한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미래차 특별법)에도 노동자의 참여 조항은 없다. 그래서 금속노조와 함께 시행령에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지만 법률에 근거가 없다며 받아주지 않을 걸로 본다. 금속노조와 공동으로 개정안을 준비해 국회에 요구할 대목이다. 이런 역할들은 양대 노총 제조연대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본다. 현재 한국노총 내 제조연대는 30만 제조노동자 통합 정서를 확대하고 있다. 당장 통합될 것은 아니지만 거부감을 줄이고 공감대를 확산하고 있다. 참여하는 5개 산별이 모두 동의한 선언강령이다. 교육사업을 강화할 계획이고 제조산별 전체 정책역량을 모아 입법과제 공동대응도 제안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