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한국교육개발원 기간제 해고 ‘제동’

2년 이상 일한 노동자 계약종료에 충북지노위 “무기계약직”

2024-06-06     정소희 기자
▲ 한국교육개발원 홈페이지 갈무리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이 근무기간을 2년 넘긴 기간제 연구원을 기간만료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경제인문사회 분야 출연연 중 비정규직 고용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차례 갱신한 뒤 근로계약 만료 통보

공공연구노조 한국교육개발원지부는 6일 “한국교육개발원은 비정규직 1위 연구기관의 오명을 벗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준수하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라”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29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개발원에서 일한 지 2년이 넘은 기간제 연구원 4명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충북지노위는 이들이 모두 기간제법에 따라 계속근로한 기간이 2년을 넘은 시점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했다. 신청인 중 A씨는 지난해 12월31일(A씨) B·C·D씨는 올해 1월31일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받았다. A씨는 위촉직으로 입사해 2014년 8월부터 2016년까지 일했다. 이후 2017년 8월 다시 위촉직으로 입사해 근무하다가 2018년 7월부터 계약직으로 채용돼 지난해 12월31일까지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며 일했다. A씨가 2017년 8월부터 그만 둘 때까지 체결한 근로계약은 13번에 달했다. 계약기간은 짧게는 1개월에서 1년까지였다. B씨와 C씨, D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B씨는 2021년 7월 입사해 6번의 근로계약을 맺었다. C씨는 2021년 8월 입사해 5번, D씨는 2016년 3월 입사해 15번의 근로계약을 갱신해왔다.

이들이 맡았던 일은 교육부와의 업무협약에 따라 한국교육개발원이 수행한 연구용역 관련 업무였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해 12월31일 돌연 사업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사업이 종료됐다며 노동자들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기간제법 적용 예외사유 아냐”
전체 직원 58%가 위촉직·계약직

쟁점은 신청인들이 무기계약직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계약만료 통보가 정당했는지 여부였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4조1항1호에 따라 노동자들과의 계약이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자들이 개발원에서 일한 기간이 2년이 넘어도 이들이 신규 채용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신규 채용 전후로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기간제 연구원을 위촉직과 계약직으로 구분하는데, 입사자들은 위촉직으로 고용된 뒤 2년이 넘기 전에 신규 채용 절차를 거쳐야만 계약직으로 재고용될 수 있다.

하지만 충북지노위는 신청인 모두를 무기계약직으로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교육부가 사업 수행 기관을 변경하기 전까지 개발원이 사업 수행의 전속성을 가지고 있던 점과 △이들이 주로 수행한 업무가 행정업무였다는 점을 들어 기간제법 사용기간 제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한국교육개발원이 사회보험이나 퇴직금을 정산할 때 위촉직 재직기간부터 계속 일했던 것으로 판단한 사정 등을 근거로 신규 채용 절차 전후로 근로관계가 단절됐다는 개발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부는 “개발원의 고용방침을 바로잡을 때”라고 강조했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한국교육개발원 노동자 516명 중 정규직은 145명, 무기계약직은 71명이며 비정규 노동자는 300명(계약직 178명·위촉직 122명)으로 58%나 된다. 비정규직 중 일한 기간이 2년을 넘은 이는 계약직 147명, 위촉직 2명이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는 “한국교육개발원이 판정 취지를 받아들여 사용기간 2년을 초과한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인정해 고용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