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 항공사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에 대해

김덕현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2024-06-05     김덕현
▲ 김덕현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1. 서론

이스타항공 주식회사는 2020년 10월14일에 605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이 사건 원고들은 이때 해고된 조종사들로, 2021년 5월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사측이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등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 2021년 8월11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고, 올해 5월2일 대상판결 역시 그 판단을 유지했다. 본 판례리뷰에서는 근로기준법 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상의 정리해고의 요건들에 대한 대상판결의 판단 중에 ‘해고 회피 노력’과 ‘해고 대상자 선정’ 부분을 일부 살펴보고자 한다.

2.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는지에 관한 판단’에 대해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해고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8두44647 판결).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정부는 항공여객운송업을 특별고용유지지원업종으로 지정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운영했으나, 이스타항공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지노위는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대상판결은 이와 달리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관련 규정 검토와 근로복지공단 등에 대한 문의를 거쳐 임금체불이나 고용보험료의 체납 등의 사유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이를 신청하지 않은 것이 부당한 조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급여 중 일부에 대한 지원에 불과하고 지원금을 초과하는 잔여 임금과 4대 보험, 퇴직급여 충당금 등의 금액, 복리후생성 금액 등은 여전히 잔존하므로 그와 같은 지원금만으로는 극심한 경영상 어려움에도 고용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받은 후에 인원 감축을 하게 되면 지원금을 환수당하게 되는데 운용 항공기를 6대로 감축한 사정을 고려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스타항공의 주장에 의할 때도 사측은 유선상으로 고용노동부에 문의한 결과 ‘임금체불이 있는 경우 임금체불 해소를 목적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이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원금 실무를 담당하는 관할 센터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수준의 안내를 받았다는 것이고,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문의는 정리해고 전이 아니라 지방노동위원회 초심 이후에 했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고용유지지원금 미신청이 문제된 유사 사건에서 “임금체불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이 제한된다는 법령상 제한은 찾기 어렵다. 설령 지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 염려되는 경우 이를 전문가에게 조회함이 마땅했음에도 자의적으로 만연히 수급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정부에서도 항공 운송지원 서비스업의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완화해 지급하고자 하였으므로, 고용유지지원금의 신청을 하지 않는데 대해서는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21구합51317 판결. 2심 및 3심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확정). 이와 비교할 때 대상판결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의 의미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서울지노위는 이 사건 초심 판정에서 “고용유지지원제도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고용보험료 체불이 걸림돌이었다면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한 희망퇴직 위로금 및 퇴직금 등을 해당 보험료 납부에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점, 정부에 한시적인 제도 개선 등을 요청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용자가 고용유지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시기의 정부의 특별고용유지지원업종 지정은 다름 아닌 이스타항공과 같은 항공사 등의 고용유지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는데도 이스타항공은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해당 사업에 대한 정부의 특별한 지원 정책이 있었던 경우, ‘해고 회피 노력’에 있어 이를 충분히 활용했는지를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용자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25조1항상의 우선 재고용 의무 효과가 정리해고 시점부터 3년까지만 발생한다는 점에서도 노동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사건 원고들은 재판 중에 그 3년의 기간이 지났고, 그 후 이스타항공에서 타 항공사 출신에 대한 신규채용이 이뤄졌는데도 원고들 일부는 재고용되지 못했다.

3. ‘해고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 및 공정성 판단’에 대해

재판에서 원고들은 해고의 근거가 된 항목들 중 원고들의 인사평가 평가표를 제출할 것을 이스타항공에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개별평가지는 임차료 미납으로 인해 사무실에서 강제퇴거 당하는 과정에서 소실됐다”며 제출하지 않았고, 노동자별 점수를 입력해 둔 것이라는 취지의 엑셀파일만을 제출했다. 대상판결은 이에 대해 “그와 같은 소명이 일응 납득이 되고, 참가인(사측)이 개별평가지를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인정할 별다른 근거 또한 없다”라며 해고 대상자 선정에 있어서도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2020년 3월에 스스로 작성한 인력조정 계획안에 “적법절차 위배시 중대 노무 리스크 상당” “노조설립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후 부당해고 및 각종 진정 건 등 다수 쟁송 건 예상”이라고 기재하며 정리해고 전부터 법적 쟁송을 명확히 예상하고 있었다. 이 사건 해고 대상자 선정의 근거가 된 2017~2019년 인사평가 중 2019년 인사평가는 2020년 상반기에 이뤄졌는데, 위와 같이 사측이 정리해고 전부터 법적 쟁송을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었는데도 가장 기본적인 증거가 되는 인사평가표를 유실했다는 사측의 항변을 대상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그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사측의 항변은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24조를 잠탈하기 위해 스스로 입증책임을 방기·회피한 것으로 보거나, 적어도 입증 미비에 해당해 그 불이익을 사용자에게 돌리는 것이 타당하다. 이스타항공이 위와 같이 자료의 소실을 주장하고 법원이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삶의 터전을 잃은 노동자는 자신이 정리해고된 가장 기본적인 근거자료를 법원 단계에서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해고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정리해고는 노동자의 귀책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사용자에게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엄격하게 부과할 필요성이 크다. 이 점에서도 대상판결은 ‘해고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과 공정성’ 요건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남긴다. 만일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다시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상판결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면 과연 충분한가? ‘앞으로 정리해고를 하는 회사는 자료가 없어졌다고 하면 되는 것이냐’는 울분 섞인 말에 필자는 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상의 정리해고 요건들을 그 규정의 취지에 반해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협소하게 해석했다. 상소심에서는 보다 타당한 판단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