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구로병원 청소노동자 노동시간 30분 단축, 임금 타격

의사 진료거부 피해 간접고용 노동자 전가 본격화 … 의료공백 4개월차 노동자 피해 전가 누적

2024-06-02     이재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의사들이 현장을 떠난 뒤 노동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최근 고려대 구로병원 환경·미화 용역회사인 태가비엠㈜이 3일부터 청소노동자 125명 노동시간을 하루 30분씩 단축하기로 했다. 임금 저하가 불가피하다.

이런 조치는 이미 4월과 5월 각각 1일씩 이틀씩 연차휴가를 강제 사용하도록 한 뒤에 나온 조치다. 노조는 “강제 연차에 이어 6월부터 매일 30분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급여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에게는 생활고를 가중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병원에 노동시간 단축 방치 철회를 촉구했다.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같은 경영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킨 수련병원은 아직 없었는데 고려대 구로병원이 그 첫 시작”이라며 “간접고용 노동자와 최저임금 노동자,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경영위기 앞에서 내팽개쳐도 좋을 만큼 대수롭지 않은 가치냐”고 비판했다.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는 이날로 102일째로, 의료공백이 4개월 차에 이르면서 현장노동자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전공의들이 지난 2월21일 현장을 떠난 이후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병상 가동률이 저하돼 병원이 적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노동자들에게 무급휴가를 강요하거나 강제휴직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희망퇴직 같은 방식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이런 피해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에게도 미쳐 청소노동자를 비롯해 간병인 같은 노동자의 피해가 커졌다.

정부는 의료현장 붕괴를 막겠다며 건강보험재정을 매월 1천882억원 이상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의 행위별 수가에 가산하는 등 여전히 병원 수익을 위주로 구성해 실질적인 노동자 피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이달부터 집단 진료거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가운데 여전히 뒷짐 지고 있는 동네 병·의원 참여 여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