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안면인식기’ 설치 방해금지 가처분 제기

21일 울산지법 심문기일 … 사측 “출입관리 목적” vs 노조“감시·통제 수단”

2024-05-17     어고은 기자

HD현대중공업 사측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장 백호선)와 간부 4명을 상대로 울산지법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울산지법 22민사부(재판장 심현욱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HD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지부와 백호선 지부장 등 간부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심문을 진행한다. 지부와 간부들이 △안전출입시스템(안면 인식) 설치·구축하는 공사 또는 이에 준하거나 관련된 행위를 방해하거나 시스템을 해체 또는 손괴 등 효용을 해하는 일체 행위 △위 행위를 방해하거나 시스템 효용을 해하기 위해 사내협력사들의 장소에 출입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달라는 취지다.

사측이 제기한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사내협력사들로부터 하청노동자 입·퇴사가 빈번하고 정확한 출입관리가 어려워 안전 및 보안 관리가 취약하다는 이유로 자동화된 출입시스템 설치 요구를 받았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올 초부터 사내협력사 사무실·탈의실에 안전출입시스템(시스템기계에 근로자들의 안면을 인식시켜 출입을 확인하는 자동화시스템) 구축을 위한 설치공사를 진행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치를 추진한 데다 노동자 감시·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지부는 지난 4월 5~15일 70여 차례 안면인식기를 철거했다.

사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사내협력사 191곳 모두 시스템 설치에 동의했고, 사내협력사 소속 노동자들에게 개인정보 동의를 취합한 결과 약 93%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는 종전대로 수기로 근태관리를 하기로 했다. 에스크로 제도 도입과 조선업 재직자 희망공제 사업 참여 등을 위해 근무 여부 증빙과 인원수 파악이 필요한데 기존 방식으로는 효율성과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지부와 사내하청지회는 개인정보 수집 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에 미동의시 근로계약 이행과 관련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된 탓에 어쩔 수 없이 서명한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반박한다. 또한 개인정보 수집항목 중 병력, 산재 이력, 건강진단 결과, 백신 접종내역 같은 민감정보가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어 출입관리 목적을 넘어 노동자 통제·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불가피하게 개인정보 수집을 해야 한다면 수집항목에 최소한의 정보만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법원 결정에 따라 안면인식기를 둘러싼 노사갈등에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처분 심문과 별도로 노사는 현재 안전출입시스템 도입 관련한 논의를 이어 오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두 차례 협의 절차를 진행했고 다음주에도 협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사측은 노조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