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기각’, 서울고법 “공공복리 중대한 영향”

‘원고적격’ 의대생만 인정 “학습권 침해” … 정부·노동계 “현명한 판단” 의사들 “대법 상고”

2024-05-16     이재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7년 만의 의대 정원 증원이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6일 오후 의대 교수와 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제기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가처분을 신청한 의대 교수와 전공의·수험생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의대생에 대해서는 의대 정원 증원에 따라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점을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보고 적격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 정부에 2천명 증원 근거를 요구하는 등 원고적격 쟁점에 집중한 1심과 다른 태도를 보여 관심을 모았다. 오히려 이런 대목이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 정책 추진의 강력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 확충은 필수·지역의료 회복 전제”

재판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집행정지하는 것은 필수·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국립대 총장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분을 50~100% 내에서 정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으므로 대학이 의대생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설시했다. 대학쪽의 적극적인 의료교육환경 개선과 정부의 수용을 권고한 셈이다. 의사단체가 제기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이 없다는 점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당시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 미작성에 동의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재판부 결정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 드린다”며 “아직도 우리 앞에는 의료계 집단행동이라는 난제가 남았지만 하나의 큰 산을 넘었고, 2025학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집단 진료거부 중인 의사들에게도 복귀를 촉구했다. 한 총리는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하는 관행은 더 이상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소모적 갈등과 대정부 투쟁을 거두고 대화와 논의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보건의료 노동자 “당연한 결정”
의사단체 집단행동 86일째

결정에 대해 의사단체는 재판부 결정문을 검토한 뒤 다시 입장문을 내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항고도 제기할 예정이다.

의사단체를 제외한 의료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여론을 수렴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전공의들은 집단 진료거부를 멈추고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신승일 의료노련 위원장도 “의사수 확충은 숙원으로 의료현장의 문제는 대부분 의사수 부족에 기인했다”며 “전공의도 이제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고 신속히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시작한 의사 확대 쟁점은 올해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밝히면서 최고조가 됐다. 복지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이 알려진 뒤 의료개혁 방침을 밝혔다.

정확한 규모는 지난 2월6일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2035년까지 의사가 1만5천명 부족하다고 언급했고, 복지부는 같은날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이후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린다고 발표했다.

의사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그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 회의에 불참한 이필수 당시 의사협회장은 즉각 사퇴했고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집단 행동에 돌입해 2월19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튿날부터 출근을 거부했다. 이날로 86일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