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노예 보고서 ①] 제자 직원의 400일간 ‘지옥 생활’

스타트업 대표 대학교수, 제자 직원 수개월 폭행·폭언 … 전문가 “유례 찾기 힘든 사건”

2024-05-13     홍준표 기자

 

대학 교수가 스타트업을 설립한 뒤 제자를 직원으로 고용해 심각한 노동착취를 저지른 사실이 1년여 만에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강제근로·폭행은 물론 임금체불·퇴직금 미지급·휴게시간 미제공 등 법 위반 사항이 약 10개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2014년 ‘신안 염전노예’ 사건과 다름없는 ‘21세기판 노예제’라고 지적한다. 제자는 사실상 24시간 대기하며 교수가 해야 할 일을 도맡았다. 가해자는 교수 지위를 이용해 직원을 지속해서 ‘가스라이팅’하며 회사를 운영해 온 것으로 보인다. <매일노동뉴스>는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통화 녹음파일과 직장내 괴롭힘 자료를 입수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 경북의 한 도립대 겸임교수 이아무개씨가 만든 스타트업에서 약 400일간 직원으로 일하며 폭행·폭언 등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던 제자 김동수(가명·34)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모처에서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함께 일하자” 6개월 만에 ‘악몽’, 24시간 감시

제자는 ‘완벽한 노예’였다. 사제지간이 ‘악연’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경북 지역의 한 유일한 도립대 겸임교수였던 이아무개씨의 손짓은 2020년 12월께 시작됐다. 이 교수는 전기전자과에 재학 중이던 김동수(가명·34)씨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이 교수가 2021년 6월 설립할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A사에 취직시켜 주겠단 취지였다.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도립대에 재입학했던 김씨는 학교를 그만두고 2021년 3월께부터 일을 시작했다. 다만 근로계약서는 2021년 7~12월까지 월급 200만원을 받는 계약직으로 작성했다. 직원은 사실상 김씨가 유일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만에 직장생활은 ‘악몽’이 됐다. 김씨는 일을 시작한 2021년 3월부터 넉 달간은 이 교수 지시에 따라 서울 송파구의 카페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2021년 7월 창업한 이 교수를 따라 회사가 있던 경북 김천으로 내려오면서 법인 소유 아파트에서 이 교수와 함께 거주했다. 김씨는 이때부터 ‘감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이었다고 했다. 이 교수의 괴롭힘은 같은해 12월 정부의 인건비 지원 사업이 끝나면서 본격화됐다. 심각한 폭행과 폭언이 이어졌다. 사소한 실수에도 이 교수는 욕설을 퍼붓기 일쑤였다.

“XXX야, 결론만 얘기하라고 XXX야. 이 멍청한 놈아. 닭대가리 잘근잘근 밟아 버리라니까, 진짜 XX 대갈통 깨 버리라니까 XXX야. 진짜 시간도 없어도 그 미친 XX가 진짜 더듬으면 XXX아. 가서 진짜 죽여 버린다 XXX야.”

욕설 녹취록만 2천여개 “부모님 찾아 찌르겠다” 협박도

스타트업 대표이자 경북의 한 도립대 겸임교수 이아무개씨가 제자이자 직원인 김동수씨와 통화한 녹취록 중 욕설을 퍼붓는 파일만 2천여개에 달했다.

이 교수의 폭언은 2022년 4월부터 수위가 높아졌다. 이 교수는 대학원 연수차 미국에 머물 때 자신이 탈 렌터카를 알아보라고 김씨에게 지시하면서 날짜를 잘 고르지 못한다는 이유로 온갖 쌍욕을 입에 담았다. 업무자료의 문단 띄어쓰기가 일부 틀린 부분도 트집 잡아 욕을 했다. “못 하는 거 있으면 XXXX야. 남한테 돈 주고 부탁하든지. XX놈아. 갖고 왔니?” “죽여버릴까. X신 같은 XX” “대가리 박고 있어” 같은 인격 모독적인 욕설도 일상적으로 퍼부었다.

이 교수에게 김씨는 ‘감정 쓰레기통’과 같았다. 김씨가 이 교수와 통화한 녹취록 2천800개 중 3분의 2는 욕설이 들어있다. 이 교수의 사적 심부름부터 이 교수의 대학원 과제 제출, 학생 성적 입력까지 김씨에게 맡기고 성에 차지 않으면 욕설했다. 굉장한 공포와 위압감에 휩싸여 김씨는 말까지 더듬었다. 김씨는 “처음에는 장난치듯 가벼운 폭언이었는데, 갈수록 정도가 심해졌다”며 “나중에는 ‘부모님 찾아가서 칼로 찌르겠다’는 말까지 했다. 온점 하나 빠졌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는 게 다반사였다”고 털어놨다.

휴대전화로 머리 내려찍어, 피해자 “모근 완전 손상”

경북의 한 도립대 겸임교수 이아무개씨의 제자이자 스타트업 직원인 김동수씨는 2022년 1월께부터 이 교수로부터 지속해 폭행당했다. 이 교수가 휴대전화로 머리를 찍어 김씨의 머리에 상처가 난 모습. 폭행 이후 더 이상 머리가 자라지 않는다. <홍준표 기자>

교수 이 교수의 ‘악행’은 폭언으로 그치지 않았다. 김천에서 일한 지 6개월 무렵 무차별적인 폭행이 벌어졌다. 김씨는 이 교수의 아파트에서 같이 살면서 수시로 구타당했다. 2022년 4월10일 결국 사건이 터졌다. 김씨의 머리가 심각하게 파이는 충격적인 폭행이 이뤄졌다. 이 교수의 서울 주거지인 송파구 한 오피스텔 지하 비상계단에서 김씨는 30분 넘게 특수폭행을 당했다. 폭행 사유는 사소했다. 김씨가 서류보관함을 접어놨다는 이유다. 당시 통화기록에서도 이씨는 욕설을 퍼부었다.

“내가 아까 (서류보관함을) 접으라고 그랬어? 멍청한 XX야. 진짜 오늘 죽는다. 자꾸 잔머리 굴리지 말라고 그랬지. (중략) 이 시간 이후부터는 잔머리 굴리면 너는 모든 걸 해 갖고 바로 와서 죽여버릴 거야. 앞으로 계속. 하루에 8시간씩 고통을 당하는 줄 알아.”

통화 3시간 후 김씨는 오피스텔 지하 1층으로 불려 나갔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폭행이 이뤄졌다. 이 교수는 CCTV가 없는 오피스텔 지하 비상계단을 폭행 장소로 택했다. 김씨를 무릎 꿇게 한 후 김씨의 얼굴을 수차례 발로 찼다. 휴대전화로 머리도 내려찍었다. 그 충격으로 휴대전화가 망가져 수리를 맡겨야 했다. 수리기사는 “휴대전화 충전 단자 안에서 빨간색으로 굳어있는 내용물이 나온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당시 폭행으로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린 김씨 머리 중 일부는 모근이 완전히 손상돼 머리카락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CCTV 피해 폭행, 병원 진료 “부딪혔다” 종용

경북의 한 도립대 겸임교수 이아무개씨가 설립한 스타트업 직원 김동수씨는 CCTV가 없는 이 교수의 오피스텔 지하 비상계단에서 수시로 폭행당했다. 이 교수는 김씨를 무릎 꿇린 뒤 발로 얼굴을 차고 휴대전화로 머리를 내리찍었다.

김씨는 다음날 폭행 사실을 회사 과장(법인 등기상 감사)이던 이 교수의 친동생에게 알렸다. 김씨는 “과장이 이 교수의 친동생인지 몰라서 폭행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며 “사진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김씨와 이 교수 동생과의 통화를 보면 이 교수의 가학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김씨는 이 교수 동생에게 폭행 사진을 보내며 “그저께(폭행 당일) 맞아서 저렇게 됐다”고 말했다. “코피도 많이 났죠. 저렇게 된 게 무릎 꿇고 앉게 시켜서 발로 차인 것이거든요.” 김씨는 “하루빨리 그만두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 교수 동생은 “아 심하네”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적극적인 도움은 없었다. 김씨측 설명에 따르면 과장인 동생은 사장인 이 교수의 폭언과 폭행을 제지할 수 없었다.

폭행은 불과 보름여 만에 또 일어났다. 같은해 4월26일 이 교수는 오피스텔 지하 비상계단으로 김씨를 불러 무려 약 2시간30분간 폭행했다. 회사가 추진하는 ‘예비창업패키지’ 관련 자료 작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김씨의 머리를 휴대전화와 주먹으로 내려쳐 피가 흘러내렸다. 이날 오후 9시 이 교수는 김씨를 다시 불러 비상계단에서 폭행하다가 한 시간 뒤 법인 차량을 몰고 오피스텔 주위를 돌게 하면서 운전하는 김씨를 가격했다. 갓길에 차를 세우게 한 다음에는 폭행의 강도가 더욱 세졌다. 이 교수 지시로 현장에 왔던 이 교수 동생은 뒷좌석에 앉아 이 모습을 목격했다. 다음날 이 교수의 대학 일정상 김씨가 운전해 내려가는 길에서도 맞아 눈 흰자 전체가 빨갛게 멍들었다. 김씨는 치료를 위해 안과를 수차례 방문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자빠져서 부딪혔다고 해라. 그래야 보험처리가 된다”는 식으로 폭행을 숨기라고 종용했다.

운전 중 ‘위험한’ 구타, 와이셔츠 피로 물들어

경북의 한 도립대 겸임교수 이아무개씨가 2022년 5월 제자이자 스타트업 직원 김동수씨의 머리를 휴대전화로 수십 차례 내리쳐 김씨의 셔츠에 피가 묻은 모습. <김동수씨 제공>

잔혹한 폭행은 김씨가 도망쳐 나온 2022년 8월까지 계속됐다. 김씨는 이 교수가 대학병원에 진료가 있을 때마다 운전기사 역할도 수행했다. 차 안에서도 위험천만한 폭행이 벌어졌다. 2022년 4월14일 김씨는 경기도 광명의 한 대학병원으로 가다가 보조석에 앉은 이 교수에게서 주먹과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폭행당했다. 고속도로를 주행 중이라 자칫 대형사고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다시 이 교수 동생에게 폭행 사실을 알렸다. “(교수님을) 모셔 드리는 동안 차 안에서 두들겨 맞으면서 왔거든요. 오늘 3시간 동안 계속 맞을 줄 알아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폭행은 일상적이었다. 이 교수는 폭행 일주일 뒤 김씨와 통화하면서 “대갈통은 오늘 깨진다고 보자 그냥. (나한테 맞을 때마다) 액션만 취하고 아픈 척만 하는 것 같아”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섬뜩한 협박도 계속됐다. 2022년 6월23일 통화에서 이 교수는 “죽을 때까지 때려도 아무 말도 안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윽박질렀다. 가혹행위는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이 교수는 같은해 5월25일 창업패키지 수정 사업계획서 제출기한이 지났다며 회사가 있는 김천의 한 스크린 골프연습장 비상계단에서 김씨의 휴대전화로 머리를 수십 차례 내려찍었다. 김씨의 와이셔츠 목깃은 피로 붉게 물들었다. 심지어 김씨는 이 교수가 다니던 연세대 공학대학원 과제의 제출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도 폭행하기도 했다. 이 교수의 리포트 제출은 김씨 몫이었다. 이 교수는 2022년 6월 또다시 오피스텔 지하로 불러 주차된 법인 차량 안에서 1시간 넘게 김씨 머리를 휴대전화로 때렸다.

퇴사 후에도 협박, 동생 시켜 집 앞까지 감시

경북의 한 도립대 겸임교수 이아무개씨는 2022년 9월 제자이자 직원인 김동수씨가 고용노동부에 진정하자 “주변인들이 자살 시도를 한다” 는 등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김씨 법률대리인에게 보냈다.

폭행과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김씨는 입사 1년 만에 퇴사했다. 하지만 이 교수의 회유와 협박이 계속되자 김씨는 이 교수가 미국에 갔던 2022년 7월 처음으로 공인노무사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노무사는 당시 이 교수 소유 아파트에서 애완견 모니터용 CCTV를 통해 이 교수가 김씨를 감시하며 “이 XX야 지금 뭐하고 있어”라고 고함치는 상황을 들었다. 김씨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결국 김씨는 그해 8월 이 교수 동생에게 퇴사하겠다고 말한 뒤 도망쳐 나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퇴사 이후까지 가만두지 않았다. 동생을 김씨 집으로 보내 대기하라고 하면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냈다. 이 교수 동생은 자정에 김씨 집 문을 두드리다가 김씨의 신고 경찰에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이 교수 동생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됐다.

이 교수는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김씨측을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2022년 9월 고용노동부에 진정하자 이 교수는 그해 12월 노무사에게 “주변인들이 본 사건으로 자살 시도를 하고 있다. 쓰러져 있는 동생에게 따로 접촉해 무리한 부탁을 한다. 제3의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매일노동뉴스>는 입장을 듣고자 이 교수와 법률대리인에게 수차례 연락하고, 거주지로 추정되는 오피스텔을 방문했으나 이 교수를 만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봤다.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는 “직장갑질119에서 사건을 7년 가까이 봤는데 손에 꼽을 만큼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1인 대표 체제에서 직원을 노예처럼 부리며 가스라이팅하고 빠져나갈 수 없게끔 억압하며 일을 시킨 ‘최악질’ 사건이다. 가해자는 반드시 실형을 선고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