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식 민주버스노조 대구지부장] 노동자 기업, 달구벌버스는 오늘도 달린다
대구 시내버스회사 달구벌버스는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2005년 9월1일 달구벌버스의 옛 이름인 국일여객이 43억원의 빚을 남겨 놓은 채 부도가 났다. 버스노동자들은 대구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3보1배를 하는 등 온갖 투쟁으로 악덕 체불사업주였던 국일여객 대표이사를 구속시켰다. 이후 대구시 중재로 버스노동자들은 43억원의 빚과 함께 국일여객 시내버스 사업권 넘겨받았다. 지역사회도 지분을 갖고 주주로 참여했다. 국일여객 부도 7개월 만에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재탄생한 것.
2006년 2월 대구의 옛 이름 ‘달구벌’로 간판을 바꾸고 출범을 알린 달구벌버스는 18년째 대구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28일 대구 동호동 달구벌버스에서 남대식(60·사진) 민주버스노조 대구지부장을 만났다.
- 어떻게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운영하게 됐나.
“2003년 대구시내버스 최초로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민주버스노조에 가입하자 당시 국일여객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배차 불이익을 주며 조합원을 회유했다. 민주노조 파괴 시도가 결국 실패하자 국일여객 사장은 2005년 9월1일 43억원이라는 엄청난 악성부채를 남기고 고의 부도를 내고 잠적했다.
국일여객 사장을 구속시키기 위해 조합원들은 대구시청 앞 천막농성부터 대구시내 3보1배까지 안 해본 투쟁이 없다. 이후 대구시 중재로 국일여객 사업권을 양도양수 받아 ㈜달구벌버스를 설립해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만들었다.”
- 부도 기업을 인수한 후 어려움은 없었나?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안에서는 내부갈등과 경험부족으로 우왕좌왕했고 밖에서는 부채 문제가 곳곳에서 터졌다. 처음엔 임금도 절반만 지급할 정도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국일여객 채당금 소송에서 패소해 버스차량 39대가 압류 처분되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노동자들은 뭉치고 단결했다. 상여금을 반납하고 임금지급을 유예하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3년 8월 모든 부채를 갚고 퇴직자에게도 국일여객에서 밀린 임금을 모두 지급했다. 7년 만에 경영이 정상화했다.”
- 경영 정상화의 비결은?
“노동자 스스로 주체가 되어 모든 결정을 한다. 매월 자주관리위원회를 열어 경영에 대한 결정을 한다. 우리 구성원들이 대표이사와 자주관리위원(이사) 2명을 직접 선출하고 교섭대표노조는 당연직으로 들어간다. 대표이사 선출 역시 구성원이 1인1표로 직접 뽑는다. 자본가 사장 독단으로 운영하는 다른 기업과는 전혀 다른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한다.”
-노조는 어떤 역할을 하나?
“달구벌버스지회는 회사가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조직의 단결을 도모하고 필요한 조합원 교육과 사회연대 활동을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팀에 대한 견제와 더불와 각종 경영 제안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시민 교통권이 존중받고 시민의 발이 되도록 대구시 교통행정과 대구시내버스운동조합을 상대로 한 투쟁도 노조가 담당한다.”
- 최근 달구벌버스에서 ‘만학도’가 늘어난 까닭은?
“지난해 6명의 조합원이 경일대에서 학습하며 부동산권리 분석 자격증을 취득했다. 올해는 25명이 경일대 재학 중이다. 경일대와 산학협력 및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평생학습 4년 과정을 올해 신설했다. 구성원들에게 배움의 길을 터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