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노조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헤어진 연인이 여러 팀 나와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전 연인과의 재회를 바라기도 하고, 혹은 새로운 사람을 알아보기도 하며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한다. ‘환승연애’ 자체의 말 의미는 지금 만나고 있는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헤어짐과 동시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인기몰이를 하며 유명한 밈을 만들고 있다.
바람인 듯 아닌 듯한 ‘환승’. 어쨌든 남겨진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준다. 비슷한 상황이 노동조합 사이에서 벌어졌다. 대부분 잘 알고 있는 ‘SPC 파리바게뜨 사건’이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SPC 계열사인 SPL 공장의 노동자 사망사고로 ‘SPC 파리바게뜨 사건’을 접했다. 물론 그 전부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와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에서 SPC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는 등의 활동이 이어져 왔다. SPC의 부당노동행위는 제빵기사들로 하여금 파리바게뜨지회 탈퇴와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조 가입을 종용하는 이른바 ‘환승노조 프로젝트’였다.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의 환승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SPC는 여러 수단을 이용했다. 황재복 대표이사 등은 회사 임원들에게 탈퇴 종용 작업을 도와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홍 전무는 ‘클린사업장(민주노총 조합원이 “0”인 사업장)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피비노조 소속의 현장관리자에게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의 노조탈퇴를 강요하도록 지시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PPT에 탈퇴율을 띄워 놓고 각각의 실적을 공개해 탈퇴율 경쟁을 시키기도 했다.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차별하거나 괴롭히는 상황도 만연했다. 승진 대상이었던 지회 조합원들을 점수를 낮게 줘 승진에서 배제하기도 하고 육아휴직 후 복귀하려던 지회 조합원을 복귀를 빌미로 회유하기도 했다. 그 결과 75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이 200여명으로 급감했다. 환승하는 조합원도 맘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자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SPC와 피비파트너즈노조 소속 현장관리자들의 협박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 일로 지회의 조직은 단순 조합원수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회사의 지시를 받는 노조가 조합원을 지킬 리 없다. 애초에 피비파트너즈노조는 이른바 어용노조였다. 당시 정홍 해피파트너즈 대표이사가 현장관리자였던 전아무개 BMC에게 노조설립을 지시했고, 그와 친분이 있던 유아무개 제빵기사를 위원장으로 세워 만들어졌다.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피비파트너즈노조를 SPC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피비파트너즈노조의 입을 빌려 SPC의 말을 해 왔다. KBS나 MBC 등 언론사에서 피비노조의 입장을 물어 올 때면 SPC가 질문에 맞는 답변을 미리 써서 피비파트너즈노조에 전달을 한다던지, 서면인터뷰의 경우 SPC가 피비파트너즈노조인 것처럼 답변을 보낸 것이 확인됐다. SPC는 피비파트너즈노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거짓 내용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전달하기 위해, 자신들이 작성한 내용을 피비파트너즈노조에 전달해 피비파트너즈노조 명의로 SPC에 공문을 보낼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SPC의 부당노동행위로 SPC 허영인 회장은 황재복 대표이사 등과 ㈜피비파트너즈 법인은 불구속 기소됐다. 불법파견에서 시작해 어용노조 설립과 노조탈퇴 공작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벌인 SPC라는 거대기업의 결말이다. 노동 3권을 침해한 대가를 재판 결과를 통해, 그리고 아직 식지 않은 소비자들의 심판을 통해 받을 것이다.
더불어 파리바게뜨지회의 조직 복구와 회복이 필요하다. 지회는 늘 그랬듯이 제빵기사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고용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지하철 환승제도에 변화가 있었다. 개찰구를 반대방향으로 들어왔거나 화장실에 가기 위해 개찰구 밖으로 나갔을 때 10분 내 동일 역에서 재승차하게 될 경우 추가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면 재환승할 수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gs238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