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이동 자유 제한하더니, 이제는 최저임금 차별까지

민주노총·이주노조 노동절 기념 이주노동자 집회 … “차별 조장하는 이주노동자 정책 바꿔야”

2024-04-28     제정남 기자
▲ 민주노총과 이주노조·이주노동자평등연대·오산이주노동자센터는 세계노동절을 기념해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이주노동자 노동절 집회를 개최했다. <제정남 기자>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은 한국어가 공용어가 되고,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가 가장 어울리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여성과 남성, 흑인과 백인과 황인,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등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들은 “비자 종류로 차별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함께 외쳤다.

민주노총과 이주노조·이주노동자평등연대·오산이주노동자센터는 세계노동절을 기념해 이날 이주노동자 노동절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노동절과 8~9월 전국이주노동자대회 등 매년 두 차례 이주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집회·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노동절 당일에는 쉬지 않는 사업장이 많아서 주말을 이용해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가 열리기 전 현장은 분주했다. 지난해 8월20일 전국이주노동자대회 개최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이주노동자들은 서로 안부를 묻기 여념이 없었다. 반가운 얼굴이라도 보면 한참을 끌어안고 서로를 놓아주지 않았다. 한국어가 그들을 연결하는 통로가 됐다.

이주노조 집회의 단골 주제는 고용허가제로 인한 사업장 변경의 자유 제한이다. 체불임금·노동조건 악화·성희롱 등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인권유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사업장 변경 권한이 사업주에게 있어서 자신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여기에 이날은 한가지가 더해졌다. 정부·여당이 운을 띄우는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대통령까지 나서 가사·돌봄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데 노예노동을 시켜 최대한 착취한 뒤 (본국에) 돌려보내겠다는 말”이라며 “이주노동자의 피눈물을 흘리게 해서 얻는 이익은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정주 노동과 이주노동으로 나눠 차별하고 탄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가 연대하지 못하도록 갈라치기해 갈등을 촉발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주노동자가 공급이 많은 건설·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노동자 간 갈등이 촉발하곤 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연대사에서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는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힘을 합치고 함께 투쟁에 나서 현장과 사회를 바꾸는 동지가 돼야 한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확대되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비로소 우리(정주노동자)의 권리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는 오늘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열 곳곳에서 박수가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겪는 임금체불·저임금·산업재해·장시간 노동·신분증 압류·폭행과 폭언 등이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A씨는 1년2개월 일하고 약 5개월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당한 사연을 발언대에서 토로했다. 농가 창고에서 2명이 함께 지내며 1인당 31만원을 매월 방세로 지급했다는 노동환경도 증언했다. 영어회화 강사노동자 B씨는 사업주가 자신을 붙잡아 두기 위해 여권을 훔치려 했고, 사업주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쥐여줘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자 종류로 노동자를 가를 수 없다”며 “이주노동자인 우리는 인권을 위해 연대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서울역에서 서울고용노동청까지 행진했다. 이주노조는 9월 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