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강제’ 무급휴가, 간병사는 생계 위협”
의료연대본부 “병원노동자에 피해 전가, 정부는 방관”
전공의 집단 사직에 이어 ‘빅5’ 의대 교수 주 1회 휴진으로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간호사·간병사 등 병원노동자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본부장 박경득)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간병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도 줄어들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현장에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강요로 무급휴가를 써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는 증언이 나왔다. 배호경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분회장은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다고 하지만 부서장들은 직원들에게 일일이 무급휴가를 사용할 것인지 물어보는 등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며 “본인은 무급휴가를 쓰기 싫은데 수간호사가 계속 하루만 쓰면 안 되겠냐고 물어서 어쩔 수 없이 하루 썼더니, 또 다른 직원에게 ‘누구는 하루라도 쓰는데 너도 하루라도 쓰라’고 강요했다”고 전했다.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간병사는 일감 축소로 인해 일당이 줄어 생계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본부 소속 전국 간병사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2일~24일 설문조사한 결과 1~2월에는 일주일 평균 3.9일을 일했는데, 이달부터는 일주일에 2일만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숙희 경북대간병분회장은 “병원 입원환자가 급격하게 감소해 일 자체가 줄었다”며 “간간히 들어오는 간병일도 2~3일 단기로 일하는 수준”이라며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운영위원회를 열고 향후 투쟁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본부는 “의정대립의 피해자가 아니라 의료현실을 바꾸는 주체로서 환자와 병원노동자, 간병사들이 함께 투쟁에 나서고자 한다”며 “누구나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공공병원 확충과 의료취약지역에 필요한 공공의사 확대, 모든 노동자들이 생계 위협을 받지 않는 안전한 일터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