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금융상품 사고 반복 막으려면
“개별 직원 불완전판매 아닌 금융당국·금융사 경영진 초점 맞춰야”
키코(KIKO) 사태부터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까지. 반복되는 파생금융상품 사고를 막기 위해 개별 직원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아니라 금융당국과 금융사 경영진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노조·사무금융노조는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노동포럼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열었다. 금융경제연구소가 주관하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주최했다.
반복된 사고에도 교훈 없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홍콩ELS 사태를 막지 못했다. 2019~2020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옵티머스 등 각종 사모펀드 사태가 터진 이후 금융당국이 내놨던 여러 대책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9년 말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제한이 초안으로 발표됐으나 최종안에서 기초자산이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인 파생결합증권 신탁 판매가 허용됐다. 2020년 7월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이 발표됐고,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금감원 검사 결과 홍콩ELS 사태에서 각종 규제는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금감원 검사 핵심은 은행 본사의 시스템 때문에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은행 본사가 손실위험 확대기에 오히려 과도한 영업 목표를 설정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했다고 봤다. 은행 본사는 손실위험 증가에도 내부 승인 절차를 우회하거나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했다. 판매시스템을 부적정하게 설계·운영하거나 영업점 배포자료에 ‘검증된 상품’이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모두 사모펀드 사태 이후 규제됐던 내용이다.
성 교수는 “영업점에서 불완전판매는 큰 문제가 안 된다”며 “진짜 문제는 시스템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이익중심 경영문화가 변화하지 않아 본점 차원의 판매정책상 금융소비자 보호 실패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금융사 판매시스템을 전반 재점검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성과주의 벗어나야”
파생금융상품 자체를 판매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파생금융상품 전문가인 김성영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보좌관은 “키코 사태부터 대형 금융사고의 공통점은 옵션을 매도하는 상품이라는 것”이라며 “금융기관은 고객 모르게 옵션 대금을 나눠 갖아 수익을 내고 있다. 불완전판매될 수밖에 없다. 사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판매 금지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최원철 금융노조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은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파는 게 맞는지 논의가 필요하지만 파생금융상품 전면 금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이자 이익 채널을 막으면 이자 이익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도 “은행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 문 닫을 정도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성과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융사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고 선취수수료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무리한 영업을 강요하는 경영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모든 금융사고의 공통점은 선취수수료다. 판매 시점이 아니라 수익 시점에 수수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