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선택은 ‘공적연금으로 노후 보장’ 개혁안
국회 공론화위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 발표 … 공적연금 강화 위한 국가 책임 주문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 방안을 찾기 위한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의 선택은 ‘공적연금 강화’였다. 안정된 노후를 보장할 적정 수준의 공적연금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기금 고갈을 우려하며 공적연금 약화와 사적연금 활성화를 외치던 일각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안 56% 찬성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상균)는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개혁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습·토론·숙의 등 공론화 전 과정과 3차례에 걸친 설문조사에 모두 참여한 492명의 시민대표단 의견이다.
논의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1안,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2안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 참여자 56.0%가 1안을 지지했다.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재정안정화에 무게를 둔 2안은 42.6%가 선택했다. 공론화위 시민대표단은 공적연금 강화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소득대체율 50%는 보험료를 40년간 냈을 때 가입자 평균 소득의 50%를 연금으로 준다는 의미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에 따르면 현 소득대체율 40% 아래에서는 1985~1995년생이 국민연금을 24~26년 내더라도 실수령액이 66만원에 그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추정한 2021년 기준 노후최소생활비 월 124만원의 53% 수준이다. 평균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노후최소생활비 75%를 밑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35년 가입 시 13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국가재정 투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연금개혁 의제마다 ‘국가 책임 강화’
특히 이들은 연금과 관련한 주요 논의 의제에서 ‘국가의 책임’을 주목했다. 이를테면 공적연금 세대 간 형평성 제고방안과 관련한 질문에서 응답자 91.6%는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에 대한 의무를 국민연금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으로는 출산크레딧을 첫째 자녀까지 확대하고 자녀당 크레딧 부여기간을 2년으로 늘리자는 의견이 82.6%에 달했다. 군복무크레딧 부여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전체 복무기간으로 확대하자는 의견도 57.8%였다. 크레딧 기간만큼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계산해 준다는 얘기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퇴직급여제도 개선도 “퇴직금, 퇴직연금 중 일부를 별도 기금으로 적립·운용해 준공적연금으로 전환한다”는 답변이 46.4%로 가장 높게 나왔다. ‘퇴직금 중간정산 등 해지 요건을 강화하자’와 ‘중간정산 요건을 지금처럼 유지하자’는 답변은 각각 27.1%와 20.3%였다. 퇴직급여에도 정부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은 셈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관계는 “국민연금 급여구조(재분배기능)와 기초연금 수급범위 현행 유지, 급여수준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답변이 52.3%로 과반이다. 기초연금 수급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차등해 하위소득자를 두텁게 보호하자는 의견은 45.7%였다. 전자는 보편적 복지의 개념, 후자는 선별적 복지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공론화위는 이번주 설문조사 결과 1차 보도자료를, 다음주 상세한 결과보고를 발표한다. 최종보고서는 백서 형태로 제작해 다음달 국회 연금특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김상균 위원장은 “공론화위의 중요한 결론은 연금개혁 필요성에 대해 시민대표단이 공감했다는 것”이라며 “국회가 설문조사 결과를 충분히 고려해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을 조화시킬 방안을 마련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공론화위 설문조사 결과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공적연금강화행동은 성명에서 “깊이 있는 숙의 과정을 거쳐 시민들은 각자도생이 아닌 사회연대를, 공적연금 강화를 선택했다”며 “국민연금 본연의 기능인 모든 세대의 노후빈곤을 예방하기 위한 개혁 첫 단추가 채워 졌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23일 오전 국회본청 앞에서 공론화 결과를 반영한 연금개혁 처리를 국회에 주문하는 기자회견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