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좀 들어줄래요
다음 주가 벌써 총선이네. 22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뉴스는 선거 이야기로 가득 차고 있다. 그런데 왜일까? 이번 선거는 별로 재미가 없다. 선거철에는 정당과 후보자가 주장하고 약속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일반이다. 그리고 쏟아진 내용 속에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 서로 합의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형성하기도 한다. 어려운 과정이지만, 이 과정을 거칠수록 정치가 발전한다. 또한 우리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다수 정당과 후보자들은 서로 물어뜯는 거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자신을 알리는 과정이 상대방을 내리깎고 어떻게든 자기만 돋보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 정말 부끄럽다. 차라리 그런 데 쓰는 힘을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는 데 쓰면 좋을 텐데 말이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심해질 것이다. 어느 정당이 어떤 후보자가 정책적으로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이루겠다는 내용은 왜 없는 걸까. 그나마도 있어서 확인해 보면 공약이 공허하고 신뢰가 없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위는 점점 치졸해지고 있다. 보기에 그렇게까지 싸우면 정치는 언제 하려고 하는 것일까. 토론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물어뜯는 데 집중하는 토론이 아닌 정책을 두고 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발 상식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사회가 오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 우리 사회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정치인은 마이크가 되어 그 문제를 사회로 확장하고 해결하는 데 함께하는 것이다. 결국 선거 시기 정당과 후보자가 들어야 하는 것은 시민의 목소리다. 물론 그 안에는 기득권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다만 기득권의 목소리는 덜 들어도 된다. 이미 기득권의 목소리는 사회에 크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결국 우리 사회의 약자이다. 약자는 기득권과 달리 목소리가 사회에 퍼져 있지 않고, 잘 전달되지 않는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낮은 곳을 향해야 한다. 그곳에 가야 들을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도 다르지 않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들 곁으로 가야 한다. 낮은 곳을 향해야 한다. 총선 시기 정당과 후보자의 듣기 실력은 어떤가? 나는 그들이 듣지 않는다고 본다. 주변에서 막는 건지 스스로 외면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표’를 얻기 위해 들은 척을 할 뿐, 제대로 듣지 않는 듯하다. 듣기 평가 점수는 총선 이후 4년 동안 평가받을 것이다.
정치하겠다는 사람은 우선 경청하는 자세부터 가졌으면 좋겠다. 왜 그렇게 자기 말만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남의 말에 경청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연대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한 사람이 외치는 건 힘이 약하다. 한 사람이 약하면 두 사람이, 네 사람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외쳐야 한다. 같은 문제에 여러 사람이 공감하고 해결 의지를 보인다면, 이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철이라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연대가 답이다.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함께는 비정규직만 함께하는 게 아니라 비정규 노동자를 ‘위해’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낮은 곳을 향한 연대이고 사회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걸음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kihghdn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