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협업’ 전태일재단 거센 후폭풍
이덕우 이사장-한석호 사무총장 갈등 … 공동기획보도 놓고 노동계 평가 엇갈려
조선일보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기획보도를 협업해 논란을 부른 전태일재단이 후폭풍에 휩싸였다. 협업을 독자적으로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한석호 재단 사무총장이 이덕우 재단 이사장도 협업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중징계하기로 했는데 사퇴 권고, 배신감”
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 사무총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이사회에서 조선일보 기획보도 협업과 관련해 이사회 의결 등을 거치지 않고 추진한 데 책임을 지고 문책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벗어났다. 그런데 총장 사퇴 권고 의결 소식을 듣고 다시 이사회장을 찾아 이 이사장도 협업 사실을 알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소명 과정에서 일부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다시 퇴장했다. 한 사무총장에 따르면 한 사무총장과 이 이사장은 협업 책임을 한 사무총장이 지되, 이 이사장이 감봉이나 정직 같은 중징계를 의결해 사퇴는 피하기로 사전 다양한 회의체와 사석 등에서 협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사회장에서 이 이사장이 사퇴 권고를 의결해 이런 협의가 무산됐다는 주장이다. 한 사무총장은 “노선에 대한 비판과 징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으나 이번 상황은 인간적인 배신을 당한 셈”이라며 “분노와 회한 등 감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차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의제로 한 조선일보와 전태일재단의 공동기획보도는 노동계에 큰 파문을 던졌다. 한 사무총장은 줄곧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에 진보와 보수는 없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앞선 이사회 최초 소명에서도 “하나의 계급이라는 노동이 8만~11만불로도 부족하다며 계속 오르려고 하는 상위 노동과 2만~3만불에 머물면서 허덕이는 하위 노동으로 분단됐다”며 “과거 노동운동 주류는 기업만 양보해야 한다고, 10만불 상위 노동자는 2만불 하위 노동에 양보하면 안 된다 했다”고 공동기획보도를 추진한 배경을 설명했다.
“전태일 욕보인 전태일재단에 유감”
“보수언론에 진보의제 등장, 유의미”
평가는 엇갈린다. 민주노총은 10회 차 기획보도가 마감한 지난달 22일 성명을 내고 “조선일보와 전태일재단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극복한다는 그럴싸한 기획의도를 밝혔지만 내놓은 답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더 개악해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그들의 희망을 뺏자는, 노조할 권리조차 뺏는 원청의 선의에 기대자는 수준”이라며 “전태일을 욕보이는 전태일재단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번 사태가 이 땅 모든 노동자에게 어떤 모욕을 줬는지 인식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루가 멀다 하고 민주노총 헐뜯기에 열중하던 조선일보 지면에 진보의제가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 자체가 진영에 함몰돼 적대적 공생을 이어 가며 정치적 이익만 취하던 논의 구조를 깨고 진지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할 마중물이 부어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썼다.
중립적인 의견도 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협업의 주제가 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전태일재단이 지속해서 천착해 온 문제일 뿐 아니라 특정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기획보도할 주제였다”며 “협업의 대상이 된 언론사가 노조 배제와 혐오의 전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재단 내외 노동·시민사회와의 논의가 전제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