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경쟁에 눌린 총선

2024-04-01     김봉신
▲ 메타보이스㈜ 이사

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선거운동 개시를 전후해 여야 지도부의 거친 언사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요 격전지에 지원 유세를 가서 지지를 호소하다 보니 강성 발언이 나오나 보다 하고 넘어가려 해도 비속어까지 등장하니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

여당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간 날선 공방이야 어제오늘 봐온 게 아니지만,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참전하는 모양새라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연초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언론에 자주 등장했는데, 갈라선 후에는 주목도가 확실히 떨어진다. 뒤늦게 창당된 조국혁신당 내 조국 대표와 신장식 대변인이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지지 상승세
정당 지지 양상까지 바꾸나​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지표 중 상승세는 조국혁신당 지지도나 비례대표 투표 지지도다. 다른 정당 관련 지표는 횡보하거나 오차범위 내 등락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9일 공표된 한국갤럽 자체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의 변동이지만, 주요 3개 정당의 지지도에 변동이 있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의 격차가 직전 조사에서 1%포인트 차이로 완전히 붙었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오차범위를 넘는 8%포인트로 벌어진 거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3%포인트 상승하고 민주당만 4%포인트 하락해서 발생한 격차인데, 여기에서​ 조국혁신당의 지지도가 4%포인트 상승해 마치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지지도를 가져와 민주당이 밀리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비례대표 선거 투표 의향 정당에서 조국혁신당은 한 주 전과 동률인 22%의 지지도를 얻었다. 민주당은 3주 전 25%에서 매주 1%포인트씩 하락해 22%로 조국혁신당과 동률이 됐다. 조국혁신당은 3주 전 15%였으니 7%포인트 상승했고, 3주 전 10%포인트 격차가 완전히 사라진 것. 여기에서도 마치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지지도를 가져와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과연 그렇게 간단한 계산으로 두 당의 지지도 변화를 설명하는 게 가능할까.

​먼저, 앞서 지지하는 정당에서 민주당이 4%포인트 하락하고 조국혁신당이 4%포인트 상승한 대목을 조금 세밀히 보자. 민주당은 충청에서 21%포인트 하락했다. 충청 표본 규모에 맞게 오차범위를 다시 계산해서 기준 삼아도, 오차범위를 뛰어넘는 정도의 변동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락한 지지도가 조국혁신당으로 향했냐면,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직전 7%였던 충청에서 지지도가 이번 조사에서 8%로 불과 1%포인트 상승한 데 그쳤다. 횡보라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은 충청에서 15%포인트 지지도를 끌어 올렸다. 충청에서 지지도 변화는 민주당 지지자 중 국민의힘으로 스윙하거나 혹은 이탈한 데 더해, 국민의힘 지지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강해진 탓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차트만 봐서는 조국혁신당 지지도 신장이 민주당 지지도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제로섬 관계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대권 경쟁도 봐야 한다

​앞서 조국혁신당이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인다고 했는데, 오차범위 내에서 상승 중인 것처럼 보이는 지표가 하나 더 있다. 뚜렷한 상승세는 아니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미세하게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표 하나는, YTN이 의뢰하고 엠브레인퍼블릭이 조사한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이재명 대표 선택 비율이다.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하나를 먼저 보자. 지난 3월5~7일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한 결과 ‘한동훈 위원장 24% vs 이재명 대표 23%’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표의 상승세는 꺾였지만(26% →23%) 한동훈 대표는 11월 이후 상승세를 계속 타 직전 23%였던 선호도가 24%로 오차범위 내에서 1%포인트 더 많이 나왔다.

2월은 내내 국민의힘 관련 지표가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던 점을 기억한다면, 한동훈 위원장은 오차범위 내에서 이재명 대표와 붙었을 뿐 아니라 수치만으로는 1%포인트 더 높은 것처럼 보여 주목됐다.

그런데 한국갤럽은 선택지를 읽어 주지 않는 자유응답식 문항으로 조사했지만, YTN-엠브레인퍼블릭은 선택지를 읽어 주는 방식으로 조사해 결과는 사뭇 다를 수가 있다. 한국갤럽이 ‘비보조 최초 상기’ 인물을 측정한 것이라면 YTN-엠브레인퍼블릭은 ‘보조 선호’ 인물을 묻는 방식이다. 여기에서는 아래와 같이 지난 2월부터 3월까지의 흐름이 이재명은 상승세인 것처럼 보이고, 한동훈은 하락세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변동 폭은 오차범위 내라서 뚜렷한 상승·하락세라고 하기 어렵다.

2월18~19일 조사, 이재명 28% vs 한동훈 26%
3월3~4일 조사, 이재명 31% vs 한동훈 24%
3월24~25일 조사, 이재명 33% vs 한동훈 21%

그렇지만 2월 중하순에 두 인물이 오차범위 내에서 대등했다가 3월 하순에는 12%포인트 격차를 보이며 이재명이 앞섰다는 점은 확실하다. 인물의 이름을 불러 주고 질문했더니 이재명을 더 많이 선택했다는 것은, 이재명을 바로 말하는 최초 상기 응답보다 여러 인물 중 상대적 경쟁력을 고려할 때는 이재명 선택이 더 많아진다는 결론이다.

어찌 됐던 한동훈 위원장에게는 좋은 결과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또 달라졌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대권 경쟁에 뛰어든 것 같아서 그렇다. 위의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결과에서 이미 조국은 3%로 등장했다. 그렇지만,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는 조국 대표가 선택지로 제시되지 못했다.

여기까지 아주 단순하게 생각을 하면, 조국혁신당의 등장과 성장이 ‘차기 대통령감’ 응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조국 대표가 등장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거칠어진 대권주자의 입, 총선에 미칠 영향은

​서두에 최근 각 당 대표급 인사들의 거칠어진 말이 연일 화제가 된다고 했는데, 위와 같은 대권 경쟁을 과도하게 의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만일 대권 경쟁의 전초전으로 이번 총선을 삼는다면 두 정당 간 격차는 줄어들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난 대선에서 봤듯이 양자 간 격돌은 혐오정치의 심화라는 부작용과 함께 두 정당 간 격차를 급격히 줄이는 양극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만일 이번 총선이 양대 정당의 대권 경쟁의 과열로 거친 언사로 얼룩진다면, 과연 민생과 지역의 숙원과제에 대한 공약은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파 논란에 의해 불거진 민생문제에 뚜렷한 대안도 안 보이는 듯하다. 대파 논란이 민생고 해결을 위한 정책 대결, 잘하기 경쟁으로 나타나길 기대하는 필자가 너무 순진한 걸까.

과거 선거를 돌아보면 ‘무상급식’ 이슈처럼 메가 이슈가 전국적인 영향을 미친 적이 있었다. 또 이미 현실화된 게 많아 잊혀진 구호이긴 하지만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메가 이슈가 선거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경우가 없지 않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전혀 그 같은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메가 이슈는 등장하고 있지 않다.

국정을 지원하든 심판하든, 양쪽 모두 민생정책을 중심으로 보완하거나 견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처지 아닌가. 무슨 주장을 하든 지금처럼 비속어까지 등장하는 거친 혐오 경쟁으로는 대권 경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메타보이스㈜ 이사 (bongshinkim@naver.com)

*인용한 여론조사의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