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표권의 갭 변동과 노조가입 성향

김정우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김기민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2023-10-05     김정우, 김기민

이 글은 2023년 산업노동연구 제29권 제1호에 기 발표된 저자들의 논문 ‘노동조합 대표권의 갭 변동과 가입성향 결정요인 분석’의 일부를 요약했다. <편집자>
 

▲ 김정우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2009년부터 2021년까지의 노동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노조대표권의 갭과 가입성향을 분석해본 결과, 같은 기간 노조에 대한 총수요와 대표권 갭이 모두 감소해 노조에 대한 매력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추가적으로 무노조 사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가입 의사를 분석한 결과 전통적인 조직화 대상에 대한 추가 조직화 여력이 존재함을 발견했고, 젊은 세대의 노조가입 의사가 낮다는 통계적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노조수요가 모두 충족된다면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24.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 배경

한국은 산업화가 크게 진전된 자본주의 국가 중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노조조직률이 낮은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우리와 견줄 만한 나라로는 일본이 유일한데, 일본조차도 1986년의 노조조직률은 28.2%로 우리가 한 번도 도달해 보지 못한 수치다. 비교 가능한 최근인 2020년 일본의 노조조직률은 17.1%로 우리(14.2%)보다는 높다.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은 1989년에 19.8%로 정점을 보인 후 추세적으로 계속 하락해 2010년에 9.8%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이후 10%대 초반을 기록하다가 2018년부터 다소 반등해 2020년까지 3년 사이 3.5%포인트 상승한 14.2%를 기록했다. 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인구구조 및 노동력 구성이 변화하면서 대체로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노조조직률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구체적 노동시장 상황과 노조를 둘러싼 법·제도적 환경의 특성에 따라 하락 폭은 매우 다르다.

그렇다면 노조가입과 탈퇴는 어떤 이유로 이뤄질까?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현실과의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또는 현실의 불만족을 상쇄하기 위해 가입한다는 심리학적 혹은 경영학적 접근이 있을 수 있다. 개별 노동자의 정치적 견해나 이념이 가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정치학적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아래에서는 노조에 가입함으로써 기대되는 이익과 노조에 가입하면 지불해야 하는 비용 간 크기에 따라 가입 혹은 탈퇴가 결정될 것이라는 효용이론에 기초를 둔 경제학적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2. 노조조직률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적 요인

1985년부터 2020년까지 노조조직률 변동을 임금근로자수 및 조합원수 변동과 함께 살펴보면 [그림1]과 같다. 이때 노조조직률은 조합원수를 일부 가입대상이 아닌 임금근로자를 제외한 나머지 임금근로자수로 나눠 계산된다.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5급 이상 공무원, 군인, 경찰, 교장, 교감 등을 뺐다. 통념과는 달리 한국에서 조합원수 자체는 1989년 정점을 찍은 이후 1998년 경제위기까지 꾸준히 감소했지만 1998년 이후로는 추세적으로 증가해 왔다. 해당 기간 노조조직률이 정체한 것은 조합원수가 줄거나 혹은 그대로여서가 아니라, 비교적 가파르게 증가한 임금근로자 규모의 성장추세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3∼4년간 노조조직률 상승은 조합원수 증가에 따른 영향이 원인이나, 그 이면에는 같은 기간 임금근로자 증가추세가 둔화했다는 현상이 있다. 이는 향후 예견된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노조조직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미 인구감소와 이에 따른 생산가능인구나 임금근로자 감소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향후 노조조직률 증감은 임금근로자 감소세와 조합원 감소세 중 무엇이 더 큰가(작은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물론 노조가 고령화로 인해 빠져나가는 조합원들을 신규조직화 사업으로 대체한다면 노조조직률이 (임금근로자수의 정체 내지 하락이라는 조건하에서) 오히려 큰 증가추세를 보일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3. 실현되지 못한 노조수요와 노조에 대한 총수요 모두 감소

노조가입 여부와 가입 및 탈퇴의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노동패널 자료(2009년∼2021년)를 활용해 노조가입율과 노조대표권의 갭, 노조 총수요 등을 계산할 수 있다. 이때 노조대표권의 갭이란 노조에 가입하고 싶지만 노조가 공급되지 않아 가입하지 못한, 좌절된 노조수요의 크기를 의미한다. 노조 총수요는 노조공급이 완벽히 충족될 경우 도달하게 되는 잠재적 조직률을 뜻한다.

노동패널 자료에서 계산된 한국의 노조가입률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별다른 경향성 없이 10%를 중심으로 매년 1%포인트 내에서 변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3년간은 소폭 증가했다. 반면에 노조대표권 갭은 연도별로 등락하나 추세적으로 볼 때 2009년 21.2%에서 2021년 14.7%로 감소했다. 노조 총수요, 즉 좌절된 노조수요가 하나도 없는 경우 도달하게 되는 잠재 노조조직률 역시 2009년 31.6%에서 2010년 24.9%로 크게 감소한 뒤 소폭의 증감을 반복했다. 노조대표권 갭의 감소는 노조가입을 원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노조공급이 증가하거나 노조가입에 대한 의사 자체가 줄어들 때 나타난다. 노조 상대공급은 2009년의 22.2%에서 2021년 24.7%로 다소 증가했으므로 결국 해당 기간 노조가입 의사가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추가적으로 어떤 인적 속성과 일자리 속성을 가진 곳에서 실제 노조가입률과 좌절된 노조수요 간의 차이가 큰지 살펴보니 여성, 비정규직, 35세 미만, 300명 미만, 비제조업, 민간부문에서 그 차이가 상대적으로 컸다. 이들 부분이 추가적인 조직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4. 노조가입 성향 분석으로 얻은 추가 조직화 대상에 대한 함의

추가적인 노조조직화를 위해선 무노조사업체에 종사하는 임금근로자들의 노조가입이 중요하다. 따라서 무노조사업체에 종사하는 임금근로자의 노조가입 성향(의사)을 추정했더니 약 18.8%의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 자체가 엄청나게 높다고 보긴 어렵다. 노조에 가입할 의사가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은 사업체 규모로는 30명 이상이고, 업종은 제조업이다. 노동시간이 길고, 직무불만족이 높은 집단이었다. 대체로 전통적인 조직화 이론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노조에 대한 인식이 좋은 집단이 실제 노조가입률도 높고 가입하고자 하는 의사도 높았다. 세대와 관련해서는 젊은 세대의 노조가입 의사가 떨어진다는 통계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노조 조직화 대상에 대한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우선 전통적인 업종과 규모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직무불만이 높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조직화의 우선순위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노조에 대한 입장이 우호적인 경우 가입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고 향후 가입의사 또한 높다. 따라서 대중적 차원에서 노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홍보 역시 필요하다. 향후 고령화가 진전되면 고령 조합원들의 퇴출 역시 피할 수 없음을 감안하면 결국 신규 조합원의 조직화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젊은 세대라고 해서 노조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의사가 낮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의미가 있다. 젊은 세대는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한 조직화 자원이다. 만약 이런 모든 노력의 결과로 노조를 원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가 공급된다면 - 즉 대표권의 갭이, 좌절된 노조수요가 0이 된다면 – 2021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잠재적인 노조조직률은 최대 24.3%에 달할 수 있다. 아직 10%포인트 정도의 조직률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우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김기민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