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빵공장 SPC, 두 번째 산재사망 ‘충격’

샤니공장 노동자 치료 중 끝내 숨져 … 그룹경영·정부정책 비난 거셀 듯

2023-08-11     제정남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SPC그룹사 샤니 제빵공장에서 노동자 끼임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조사한다. 그룹사에서 연이어 중대재해와 산재사고가 잇따르면서 경영의 정점에 있는 허영인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보건 정책을 기업경영을 방해하는 규제로 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고 원인 아직도 안갯속

10일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에서 일하다 끼임사고를 당해 치료 받던 A(54)씨가 이날 오후 병원에서 숨졌다.

고인은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샤니 제빵공장에서 반죽통 노즐을 살펴보다가 재해를 입었다. 재해자 A씨와 그 동료는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들어 올려 다른 반죽 통에 옮기는 공정작업을 하고 있었다. 고인은 기계 작동을 정지하고 반죽통 노즐 부위를 살폈는데 그를 보지 못한 동료가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들어 올려져 있던 반죽통이 A씨 쪽으로 내려와 복부를 눌렀다.

사고 후 심정지 상태에 빠진 A씨는 119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식이 돌아오고 수술도 잘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날 오후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기계 작동 버튼을 누른 동료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공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도 살피고 있다.

A씨가 숨지자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상시 노동자수가 1천500명가량인 중견기업으로, 50명 이상 기업에 적용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수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인의 사고 과정은 의문투성이다. 반죽 공정 작업자인 A씨가 왜 반죽통 노즐을 점검했는지, 혹은 담당 업무가 아닌데도 노즐 교체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 만약 반죽통 정비를 하다 발생한 사고라면,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기계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을 위반했을 개연성이 있다. 기계 운전을 정지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재가동하지 못하도록 기동장치에 잠금장치를 설치하도록 한 규칙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

SPC그룹 잇따른 중대재해
허영인 회장 수사로 이어질까

SPC그룹사에서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허영인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의 평택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23살 노동자가 소스 혼합기계에 끼여 숨지자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샤니 제빵공장도 감독 대상 사업장이었지만 산재를 막지 못했다. 노동부는 SPL 사망사고와 관련해 강동석 SPL 대표이사만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허 회장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권영국 변호사(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상임대표)는 “샤니 제빵공장 끼임사고에 대한 조사는 개인의 부주의와 같은 표면적인 현상이 아니라 안전관리시스템 체계와 생산관리방식과 같은 구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룹 경영방침까지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노동계는 정부에 정책기조 변화를 주문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안전보건 규제를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킬러 규제나 카르텔로 규정해 지속적인 산재예방 근로감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정부는 SPC와 공범일 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