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외국인 투자기업] 일본계 동양전자초자 다음달 20일 폐업

쟁의조정서 위로금 규모 놓고 이견 … “대부분 젊은 직원, 생계 책임져야”

2023-05-27     제정남 기자
▲ 자룍사진 정기훈 기자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 동양전자초자가 폐업 청산을 노조에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은 “평균 40대 초·중반에 불과한 직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며 회사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산연·한국와이퍼·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 이어 일본계 외국인 투자기업 중 네 번째로 불거진 회사 청산 노사갈등이다.

27일 화학노련 동양전자초자노조(위원장 양태준)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따르면 경북지노위와 이 회사 노사는 지난 26일 조정회의를 열고 폐업 통보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올해 임금·단체협약 결렬에 따른 쟁의조정이었지만 폐업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일본전기초자(NEG)가 투자해 1973년 5월 설립한 이 회사는 구미산단 1호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전자부품인 다이오드를 만들다 2014년 12월부터는 LCD용 유리를 생산해 왔다. LCD가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생산량이 최근 감소하고 있었다.

노조가 4월19일 올해 임단협을 요구하자 회사는 같은달 28일 “폐업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폐업 시점은 6월20일로 밝혔다. 주요 납품처인 LG디스플레이의 LCD사업 축소에 따라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노조에 설명했다.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회사 인근 등에서 집회와 선전전을 하며 폐업 철회를 요구했다. 교섭에서 사측은 16개월치 통상임금을 위로금으로 제시했다. 폐업을 철회해야 한다는 노조 요구는 본사 방침에 따라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는 교섭에서 “지난 20년간 일본 본사는 신사업 육성에 투자하지 않고 이윤의 대부분인 2천100억원 이상을 주주 배당으로 가져갔다”며 “LCD가 사양사업이 되자 청산일을 한 달 남겨 둔 채 기습적으로 폐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임단협에서 노조는 본사가 가져간 이윤의 10%를 위로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19일 임단협 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경북지노위에 곧바로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26일 1차 조정회의에서 노사는 위로금 규모를 두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음달 5일 2차 조정회의를 열고 접점을 찾을 계획이다.

이 회사 전체 직원은 94명이고 조합원은 68명이다. 평균 나이대는 40대 중반이다. 양태준 위원장은 “직원 대부분이 젊다는 점이 제일 막막하고, 그래서 너무 갑갑하다”며 “회사는 회사 발전에 공헌해 온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질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