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초기 작업환경 열악 추정”] 소음 속 25년 일한 대우조선 노동자 ‘장해’ 인정

소음성 난청 기준 미달했어도 지속적 노출 땐 청력 악화

2023-03-16     홍준표 기자
▲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용접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약 25년간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근무하며 소음에 노출돼 ‘양쪽 소음성 난청’을 앓은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장해를 인정했다. 법원은 과거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지속해서 소음에 노출돼 양쪽 귀에 난청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인정기준 ‘85데시벨’ 미달해 장해급여 거부

1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조서영 판사)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A(72)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985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A씨는 1994년 최초 소음성 난청으로 장해등급 12급이 결정됐다. 그는 1993~1997년 조립부에서 용접 관련 업무를 하다가 이후 개선반 등에서 용접기 수리업무를 맡았다. 2010년 6월 퇴사한 이후 난청은 심해졌다. 약 9년 뒤 병원에서 ‘양쪽 소음성 난청’을 진단받았다.

A씨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두 차례 장해급여를 청구했지만 거절됐다. 최초 소음성 난청 진단일 이후 소음노출이 80데시벨 미만으로 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소음노출 이력도 인정하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은 ‘85데시벨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돼 한 귀의 청력 손실이 40데시벨 이상’인 경우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자 A씨는 “최초 소음성 난청 진단 이후에도 3년 이상 용접하며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추가로 노출됐다”며 지난해 3월 소송을 냈다. 그는 “15년 이상 용접기 수리업무에 종사하면서 최대 79.3데시벨에 이르는 소음에 노출돼 양쪽 소음성 난청이 발병했는데도 추가적인 소음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단 판정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의 현재 청력손실은 최초 소음성 난청이 발병한 다음 추가적인 소음 노출과 노화 등이 복합·누적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판시했다. 최초 장해등급이 인정될 때까지 상당한 소음에 노출됐다고 인정했다.

법원 “초기 작업환경 열악, 16년간 추가 노출”

특히 근무 초기 작업환경이 열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재판부는 “용접기 수리업무에 관한 소음측정 자료는 없으나 2007년 이후 소음노출 수준이 60.7~79.3데시벨에 이르고 85데시벨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A씨가 근무하던 초기의 소음노출 수준이 그보다 높았던 기간도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가 높은 소음에 약 16년간 추가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소음노출 수준이 산재보험법 시행령 기준에 미달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추가적인 소음 노출로 인해 소음성 난청이 악화한 경우에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약 16년간 60~80데시벨 수준의 소음에 노출됐다면 청력이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법원 감정의 소견도 뒷받침됐다.

A씨가 고령이지만 ‘노인성 난청’일 가능성은 배제했다. 소음으로 감각신경 손상을 입어 노인성 난청이 자연 경과 이상으로 진행돼 양쪽 소음성 난청이 발병했다고 봤다. 실제 A씨는 특별진찰에서 오른쪽 66데시벨, 왼쪽 70데시벨로 또래에 비해 급격한 청력손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A씨가 최종 소음노출이 종료된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난 이후 다시 난청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전적으로 노인성 난청에 의한 것이고, 추가적인 소음 노출이 기여한 바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를 대리한 안혜진 변호사(법무법인 더보상)는 “공단은 2007년 이후 실시한 작업환경측정결과를 기준으로 장해 인정 여부를 판단했다”며 “재해자가 근무하던 초기의 작업환경은 지금보다 더욱 열악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60~80데시벨의 저소음 장기노출의 경우에도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며 “3년 이상 85데시벨 이상 노출된 후 추가로 저소음에 노출됐을 때도 기존 소음 노출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