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열에 여덟 이직 생각, 67%가 업무량 불만족
인력수준·노동강도 만족도 ‘정체’ 인력충원 ‘시급’ 보건의료노조 13년간 만족도조사 시계열 분석 “인력확충 노정합의 이행 필요성 확인”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분석한 결과 인력수준이나 노동강도에 대한 만족도가 10년 넘게 20~30%대에 정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직의 인력수준 만족도는 20%를 밑도는 수준이다. 적정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이직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또다시 증명된 셈이다.
간호직, 인력수준 만족도 20%대 밑돌아
보건의료노조와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가 23일 2009년부터 2022년까지 현장 조합원 실태조사 결과 가운데 직무 만족도, 임금, 노동안전 등을 시기별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1998년부터 매년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 왔는데 원자료가 남아 있는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3년치 축적된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했다.
안종기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노동환경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나타내는 직장 만족도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정서적 평가인 업무 만족도를 분석했다.
고용안정 항목은 70~80%대로 만족도가 높은 반면 인력수준이나 업무량·노동강도는 만족도가 20~30%대 수준에 정체돼 있다. 인력수준 만족도 조사가 시작된 2019년 18.8%에서, 2020년 23.9%, 2021년 27.4%로 꾸준히 오르다 지난해 24.1%로 다시 떨어졌다. 직군별로는 사무·행정직과 보건직이 상대적으로 높고, 간호직이 가장 낮았다. 간호직의 경우 2019년 14%, 2020년 19%, 2021년 23%, 2022년 19%로 3년간 평균 20%대를 밑돌았다.<그래프 참조>
업무량·노동강도에 대한 만족도도 30%대에 머물렀다. 2009년 37%에서 2016년 29%로 하락했다. 조사를 하지 않은 2017년~2020년을 제외하고 2021년 39%로 다시 올랐다가, 2022년 38%로 조금 떨어졌다. 간호직 만족도를 보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20%대에 머물다가 2021년 34%, 2022년 33%로 소폭 상승했다.
이직 고려율, 산재 경험에도 영향
인력수준과 업무량·노동강도 불만족은 이직으로 이어졌다. 업무 만족도 항목에서는 대체로 높은 수준의 긍정적 평가가 나타났는데 자긍심 같은 정서적 평가와 고용안정성만으로는 이직률을 낮추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조사가 시작된 2017년 58%에서 지난해 68%로 10%포인트 상승했다. 간호직의 경우 2017년(70%), 2018년(84%), 2019년(80%), 2020년(78%), 2021년(76%), 2022년(78%)에서 70%대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이직 고려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인력수준과 업무량·노동강도에 대한 불만족은 산재 경험에도 영향을 미쳤다. 산재 실태를 분석한 한기덕 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육체적 피로, 정신적 피로, 여성, 3교대 근무자, 노동안전 불만족도, 업무량 과도, 인력부족, 업무 체계성 같은 변수 순으로 산재질환 유병률을 증가시킬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소정 노조 한국원자력의학원지부장은 “이번 실태조사 종합분석을 통해 노조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명확히 확인했다”며 “보건의료 인력체계 마련 및 개선을 통해 현장의 업무 과중과 노동강도를 개선하고, 9·2 노정합의 사항 중 하나인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도 하루빨리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직종 이직 의향 40% 웃돌아 … 조직운영 체계화도 중요 변수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이직률을 낮추려면 인력충원을 통한 업무 과중을 줄이는 게 유일한 해법일까. 노동강도 완화와 임금인상도 중요하지만 업무 자율성을 높이고 조직운영을 체계화하는 것도 이직률을 낮추는 ‘키’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수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보건의료노조·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실태조사(2018~2022) 가운데 ‘3개월 내 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모든 직종에서 긍정한 비율이 40%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직은 2018년 83.6%, 2019년 79.5%, 2020년 78.1%, 2021년 76.1%, 2022년 78%로 전 직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김수한 교수는 의료직 종사자의 임금 수준, 연장근무, 업무 과부하, 조직운영 공식화, 자율성 및 역량 발휘, 연차 사용, 인력 수준 등을 변수로 놓고 이직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업무 자율성이 이직 의도에 미치는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업무 자율성에 만족하는 사람과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똑같은 임금을 받더라도 이직 의향이 달라진다”며 “임금을 높이는 데에만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업무 자율성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동시에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행정, 업무수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병원조직 운영방식의 개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