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대응이 좋은 추억이어선 안 되는 이유

김훈녕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2023-02-14     김훈녕
▲ 김훈녕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고자 한다. 이미 두 달 정도가 지난 사안을 들춰 이 지면에 담고자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현재 노동 문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과 행정부의 태도는 강공 그 자체다. 보수 성향의 정부가 노동조합에 날을 세우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덕에 지지율이 올랐던 경험도 있으니 이참에 기세를 떨치겠다는 심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지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이 과연 정부 입장에서 좋은 선례였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시 정부 대응은 적어도 세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이는 정부가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항목들이었다.

첫째 문제는 준비 부족이었다. 2022년 말에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안전운임제는 도입 당시부터 2022년 12월까지 운영해 보며 지속 여부를 추후 판단하기로 했던 제도였고, 화물연대는 2022년 6월에 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적용 확대를 요구하며 8일간 파업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연말까지 어떻게든 안전운임제 관련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엄밀한 연구 결과도 없었다. 그 결과는? 다들 아는 바와 같다. 정부는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수조원이라며 화물연대에 화살을 돌렸지만, 이는 누워서 침 뱉기였다.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협상의 장을 만드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 몫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문제는 사회적 공감대에 대한 무시였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시작하고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2022년 12월1일)에 국토교통부는 과적 단속 부서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공문을 보내 시멘트 수송 화물차의 과적을 단속하지도, 과태료를 부과하지도 말도록 요청했다. 물류난 해소가 명분이었다. 이러한 국토부 방침에 따라 지난해 12월2일에만 450여대 차량이 ‘과적 허가’를 받았다.

안전운임제에 대한 찬반이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안전운임제가 일단 법으로 제정됐다는 것은 경제적 비용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과속·과로·과적으로 인해 도로 안전이 위협받도록 하지는 말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정부는 화물연대와 다툴 것은 다투더라도 도로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는 엄중히 유지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과적을 허용함으로써 안전운임제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 도로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화물 운송시장을 더 공정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인지 다투는 상황에서, 상대를 한번 이겨 보겠다고 애초의 목적(안전)을 헌신짝 취급한 것이다. 이와 같은 행위가 정부의 신뢰도 자체를 심각하게 떨어뜨린 것은 물론이다.

셋째 문제는 국격의 훼손이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지자 민주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에 개입을 요청했고, 이에 ILO는 지난해 12월2일 한국 정부에 개입(Intervention) 서한을 보내왔다. 서한에는 “화물기사가 단체교섭권을 포함한 결사의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의 중요성에 관한 2천602호 사건(363차 보고서)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권고를 귀 정부가 주목하길 바라며, 국제노동기구 감독기구는 운송 서비스 및 유사한 부문의 업무복귀 명령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간주하고, 평화적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 형사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ILO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ILO의 서한을 받을 때 한국은 세계 변방의 이름 모를 국가가 아니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국가고, 8개의 ILO 기본협약 중 7개를 비준한 나라였다. 그렇다면 ILO 서한에 대한 대응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격에 어울려야 했다.

정부는 궁색한 답변과 거짓말로 일관했다. 고용노동부는 ILO 서한은 개입이 아니라 의견조회에 가깝고,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국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을 심히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하다고 강변했다.

서한의 내용에 비춰 볼 때 과연 이를 단순 의견조회라고 할 수 있을까? 화물연대 파업으로 식량이나 의약품, 구조 장비 등의 유통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이를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을 심히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비난해도 되는 걸까? 이렇게 국제기구의 공식 서한의 의미를 폄하하고, 국제기구에서 공공연히 거짓말을 하는 정부를 다른 회원국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국격 훼손의 부끄러움은 오로지 국민 몫이었다.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한 사전 준비, 사회적 공감대의 조성과 유지, 국제적 규범과 가치의 준수,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도무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화물연대 파업 대응이 정부에 마냥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