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한국지엠 부평2공장 폐쇄, 남겨진 노동자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최소 150여명 일자리 잃어” … 부품업체 노동자, 고용안정 합의에도 휴업급여로 버텨
한국지엠 부평2공장 사내하청노동자 이경희(58)씨는 이달 30일로 12년째 일했던 직장을 잃는다. 부평2공장 생산이 이달 26일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매일노동뉴스>에 “한 1년 전부터 일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단종되는 차량이 발생해 공장 폐쇄는 돌이킬 수 없겠구나 느끼고 있었다”며 “저는 마음의 각오를 했지만, 일부 직원들은 (지엠이) 내년부터 부평1공장·창원공장에서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고 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희망을 갖기도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회사는 그를 ‘정규직’으로 불렀지만, 주기적으로 간판을 바꿔 달던 회사를 따라 소속은 세 번 바뀌었다. 자재·부품을 서열·보급하는 일을 하는 그의 공정도 각종 이유로 변동됐다. 필요에 따라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여느 비정규직 모습 그대로다.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하청업체 다섯 곳에서만 150여명이 해고될 것으로 추정된다. 부평2공장 생산 중단을 앞두고 단기 알바·불법 도급인력을 늘려온 것을 감안하면 피해 인원은 더 크다. 하지만 그 흔한 위로금도 없다.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해고 인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싸워야 되지 않겠냐 하지만 조직화도 잘 되지 않아 탄력이 잘 붙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말리부는 지난달 먼저 생산이 중단돼 말리부 콕핏 모듈을 제조하는 부품업체 노동자는 사실상 실업 상태다. 노조 에스에이치씨피지회쪽은 “고용승계에 관한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9월28일부로 공장 가동은 멈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고용안정 합의를 한 덕에 회사가 휴업급여를 지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물량 재확보나 계열사 전적 등 회사가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뾰족한 수가 없다.
트랙스 콕핏 모듈을 생산하는 부품사 디지에프오토모티브도 상황도 비슷하다. 노사는 최근 부평2공장 생산 중단으로 발생하게 될 유휴인력에 대해 이달 27일부터 유급휴업을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재영 부평공단지회장은 “회사는 어쨌든 사업의 지속성이나 조합원 고용 보장 방안으로 신규사업 수주를 계속 진행하고, 공장에 결원이 생길 때 최우선 복직하기로 했다”며 “신규사업이 언제쯤 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원청의 차량단종 결정이 협력사 노동자들의 고용을 좌우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청의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회사는 2024년까지 물량이 확보돼 있다는데, 이후에 이 문제는 또 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이면 해고 노동자가 되지만 한국지엠을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이경희씨는 “지금 희망으로는 판결이 좀 빨리 나와서 정규직으로 당당하게 1~2년이라도 근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