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원은 왜 안 되나요?

권태용 공인노무사(영해노동인권연구소 대표)

2022-10-25     편집부
▲ 권태용 공인노무사(영해노동인권연구소 대표)

#1. 노동청 근로감독관과 수차례 내지 수십 차례 전화통화했다.

“교육비는 임금이 아니라서 노동청에서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근로감독관의 대답에 “그럼 6개월동 안 사건을 질질 끌지 말고 일찍 해결했으면, 노동자들이 시간낭비, 마음고생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필자는 항변했다.

이후 노동자들에게 민사소송절차를 자세하게 이야기했지만, 노동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비용도 마련하기 어려웠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이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실제로 이 사건은 노동청에서 해결되지 못했고, 민사법원에 소송도 제기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노동청 단계에서 노동사건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법원에 소송으로 권리구제할 수 있는 노동자의 비율은 몇 %나 될까?

#2. 노동위원회 조사관과 전화통화했다.

“회사가 원직복직 명령서를 발송했고 노동자가 받았으면 원직복직이 된 것이고,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은 별도로 민사소송을 통해서 해결하면 되기 때문에 기각처리 됐다”고 조사관이 말했다. “노동위원회의 신청 취지(제소한 목적)가 원직복직과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 지급인데, 노동자가 원직복직이 됐더라도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 지급도 노동위원회에서 신경써 줘야 될 일이지 이것을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그 노동자가 해결하기 위해서 다시 시간 및 노력을 들여야 하고, 노동위원회의 존립 취지 자체도 없어지는 효과를 발생할 수 있다”고 필자는 항의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가 원직복직만 되면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 지급은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기 때문에 그대로 지노위는 적용한 것이다. 다시 이 노동자는 중노위·행정법원·고법·대법원을 거쳐야 기존 대법원 판례가 정당한지 부당한지 다툴 수 있을 뿐이다. 아니면 또다시 민사소송을 통해서 지급받는 기나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 노동위원회 제도가 노동자들의 권리구제에 일정 부분 미흡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위의 장면들은 필자가 올해 노동청이라고 하는 행정기관과 노동위원회라고 하는 준사법기관의 노동사건을 맡으면서 본질적 한계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구제 기관은 없을까? 물론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감히 ‘노동법원’이 일정 부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노동법원’ 도입에 대해서는 벌써 십수 년 전부터 공론화됐지만, 그때마다 일부 기득권의 반발 등으로 제대로 심사숙고하지 못해 오다가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노동법원’이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현재의 노동청·노동위원회·근로복지공단 단계에서 제대로 노동법적인 판단을 받지 못한 것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현재 민사소송 구조처럼 원고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일반 민사법과는 달라야 한다. 원고가 대부분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노동청·노동위원회·근로복지공단 사건처럼 비용은 인지대·송달료를 제외한 무료 또는 아주 작은 금액으로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법원이 도입된다면 기존 노동청·노동위원회·근로복지공단과의 관계, 공인노무사를 포함한 기존 전문가들이 노동법원에 소송대리인으로 참가하는 자격 문제 등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매우 많을 것이다.

어떤 제도든 도입한다면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런데 누구의 입장과 관점에서 도입할 것인가가 명확하게 정리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자는 전체 인구 5천만명 중 30%에 육박하는 약 1천50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인데, 노동사건을 노동법적인 판단으로 해결하는 ‘노동법원’이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이러한 사회 상황에 발맞춰 다시 한번 노동법원 도입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성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