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하청노동자가 황건적이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국민의힘 항의방문 … “절박하게 투쟁하는 이유 생각해 달라”

2022-09-22     신훈 기자
▲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권성동 의원의 ‘황건적 보호법’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파업 노동자를 옥죄는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을 ‘황건적보호법’이라고 깎아내린 집권여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참여연대·민변을 비롯한 96개 단체로 구성된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막말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노란봉투법은 여당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지난 15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보호법에 불과하다”며 “입법으로 불법을 만드는 기이한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전 원내대표는 이튿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경우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대통령실 핵심관계자 발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여권의 잇따른 노란봉투법 폄훼 발언을 두고 “정부를 책임지는 이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노골적으로 기업 편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협 운동본부 공동대표(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자본이 사람을 죽이지 않게 하려는 절박한 법인 노란봉투법을 국민의힘은 ‘황건적보호법’이라고 하면서 기업을 비호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기본권인 파업권을 불법으로 내모는 데 혈안이 된 국민의힘에 국민은 없고 오로지 기업과 자본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7월 임금인상을 내걸고 파업했다가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서를 받아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노란봉투법이 황건적보호법이면 저임금을 받고 힘들게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이 황건적이냐”며 “우리가 황건적이면 권력에 빌붙어서 노동자들의 피를 빠는 이들은 십상시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청노동자들이 왜 이렇게 절박한 투쟁을 하고 있는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꼭 한번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운동본부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운동본부는 “주 원내대표에게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입장을 듣기 위해 국민의힘에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