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검침원 해고·강등’ 경남에너지, 소송전 ‘또 패소’
현금영수증 발급 강요하고도 조합원 4명 중징계 … 법원 “징계양정 과도”
경남 창원의 도시가스 점검·관리 업체인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가 가스검침원을 징계한 것은 위법하다고 법원이 재차 판결했다. 센터는 허위로 검침대금의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도록 종용하고도 이를 이유로 징계했지만, 법원은 회사의 묵인 아래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현금영수증 발급 “아무 번호 넣어라”
업무용 차량 사고 징계사유, 단협 배치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6-1행정부(최봉희·위광하·홍성욱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회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센터는 2019년 5월 경남일반노조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지회 조합원 4명을 징계했다. 지회 사무장인 이관희씨는 해고됐고, 나머지 3명은 강등과 감봉·승급정지 처분을 받았다. 가스검침 대금의 현금영수증을 고객 명의가 아닌 본인이나 지인 명의로 허위 발급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고의나 중대한 부주의로 사고를 발생시켜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업무상 허위로 보고한 경우 징계한다는 취업규칙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그런데 허위 현금영수증 발급은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과거 일부 직원이 대금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된 이후부터 센터는 현금영수증을 100% 발급할 것을 지시했다.
동료 직원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고객이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해 어려움을 호소하자 팀장이 “융통성이 없다. 네 번호를 넣든지 아무 번호나 넣으라”고 했다. 실적 압박이나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현금영수증을 허위 발급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센터는 교통사고도 징계 사유로 삼았다. 해고된 이씨의 경우 운전 부실로 인한 사고 발생과 지속적인 사고로 약 2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2018년 12월 업무용 차량을 몰다가 녹색등으로 바뀐 뒤 앞차가 출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전방 차량을 들이받았다.
다른 조합원 2명도 결빙으로 인한 차량 충돌과 트렁크의 주차시설 충격 등을 일으켰다. 문제는 업무용 차량 운전으로 인한 사고발생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단체협약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었다.
법원 “상사 지시로 영수증 발급”
“지시 불이행” 항소, 2심도 기각
조합원 4명과 지회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경남지노위는 징계사유를 인정하면서도 징계양정이 부당하다고 판정했고,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센터와 지회 모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센터는 2020년 4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징계사유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징계양정이 부당하다며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허위 현금영수증 발급’은 고의성을 인정하며 징계사유를 인정했다. 다만 “직원들의 현금영수증 허위 발급이 상사의 지시나 용인에 의한 것이라고 볼 만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징계양정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센터의 무리한 독촉과 부당한 업무관행이 허위 현금영수증 발급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취지다.
‘교통사고’ 부분은 징계사유와 징계양정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원들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더라도 단체협약의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에 대한 해고는 생계유지수단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봤다.
센터는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씨가 상사의 지시를 불이행하고 폭언해 스스로 회사와의 신뢰관계를 깼으므로 징계양정에 반드시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씨의 부적절한 언행과 태도는 대부분 지회 사무장으로서의 활동이나 노조에 대한 대우 등과 일정 부분 관련돼 있다”며 “회사와 이씨 사이에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