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파일, 플랫폼기업은 어떻게 입맛대로 법을 바꾸나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2022-07-28     윤애림
▲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지난 1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우버 파일(Uber files)’을 공개했다. 우버의 전 로비스트가 2013~2017년 작성된 12만4천건의 우버의 기밀 자료를 폭로함으로써 혁신 아이콘 우버 사업모델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우버 파일에는 우버가 어떻게 각국의 법과 규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했으며, 아예 법령을 자기들 입맛대로 바꾸기 위해 각국 정상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구워삶았는지 생생하게 드러난다.

일례로 우버가 유럽에 첫발을 디뎠던 파리에서는 2014년 우버의 택시산업 파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당시 프랑스 법원과 의회는 우버가 관련 규제를 위반한 점을 인정해 우버 팝(일반인이 자기 차량을 이용해 우버의 운송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우버는 법을 무시하며 사업을 계속했다. 동시에 당시 경제산업부 장관이었던 마크롱(현 프랑스 대통령)에게 접근해 관련 법령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우버는 택시노동자들의 시위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도록, 우버 운전사들이 대항시위를 하도록 동원하기까지 했다. 우버 내부에서조차 시위에 동원된 우버 운전자들의 안전을 우려했지만, 당시 우버의 CEO였던 트래비스 캘러닉은 “폭력은 성공을 보장한다”고 일축했다. 우버 파일이 폭로된 직후, 우버 운전사 노조를 비롯한 노동조합들은 항의시위를 벌였고, 정치권은 의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대변인은 “서비스 부문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행정적 규제의 장애를 벗어나도록 도움을 줬을 뿐”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밖에도 우버 파일에는 우버가 법·제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도록 당시 미국 조 바이든 부통령(현 대통령)을 비롯해 영국 재무장관·아일랜드 총리·이스라엘 총리·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등에게 어떻게 접근했는지가 담겨 있다. 또한 우버는 자신들의 사업모델을 지지하는 논문이나 언론 기고들을 돈으로 조직했다. 실증경제학의 대가인 크루거 전 프린스턴대 교수가 우버로부터 10만달러를 받고, 우버 운전사의 소득이 택시기사보다 높으며 ‘공유경제 플랫폼’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인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이 연구는 ‘택시 규제 자율화 개혁’의 근거로 세계 각국에서 인용됐다.

우버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은 EU 차원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와 플랫폼노동 보호 지침을 만드는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해 온 것으로 보도됐다. EU 집행위원회가 플랫폼노동 보호 지침(안)을 준비했던 지난해 한 해 동안 위원회는 플랫폼 기업들과는 10차례 모임을 가졌지만 플랫폼 노동자나 노동조합과는 한 번도 만남을 갖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위원회가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법의 ‘근로자’로 추정하는 규정을 포함한 지침(안)을 만들어 EU 의회로 송부한 이후 플랫폼기업의 로비는 한층 더 치열해졌다. 플랫폼 기업들이 지원하는 보수적 EU 의원들은 근로자 추정 규정을 삭제하고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수정안을 내놓고 격돌을 벌이고 있다.

이번 우버 파일 사태를 보면서 이것이 비단 우버만의 비리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버는 ‘혁신’ ‘공유경제’라는 미명하에 기존의 산업적 규제를 회피하거나 무시했다. 유럽 각국의 최고법원들이 잇따라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플랫폼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해 노동법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불법적 사업모델을 정당화하고 법·제도를 아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도록 하기 위해 국가 정상·의회·언론·학계를 구워삶았다. 이들은 돈으로 매수되기도 했지만 플랫폼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고 산업을 혁신한다는 레퍼토리를 신봉한 것으로도 보인다.

우버 파일이 폭로되기 이틀 전, 타다 드라이버를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취소한 행정법원 판결이 있었다. 법리적으로 도무지 타당하지 않은 판결문 말미에 “공유경제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성”이라는 심상치 않은 문구가 나온다. 이른바 심야택시 대란 대책으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정부 때 타다 같은 새로운 택시 공급 방식을 사실 풀었어야 했다”고 발언했다. 우버 파일이 우리 사회에서도 작동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강하게 든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