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나는 노동자들] 130억원 손배 예고한 참프레, 용역 동원 농성장 치운 쿠팡

2022-07-26     정소희 기자
▲ 자료사진 <공공운수노조>

앞으로 5년간의 노사관계를 보여주는 예고편일까.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사회적 관심을 불러모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일단락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거리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파업 중인 노동자를 옭아매는 손해배상 청구와 교섭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들 때문이다.

농성장 철거 두고 ‘진실공방’
“문제 핵심은 쿠팡의 ‘교섭해태’”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로비에서 농성해 온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지난 23일 오후부터 본사 건물 바깥에서 1인 텐트를 펴는 농성을 시작했다. 쿠팡이 지난 20일부터 나흘간 물류센터 냉난방기 설치를 요구하며 도보행진을 한 행진단의 건물 내 농성장 출입을 막으면서 용역을 동원해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기 때문이다.

쿠팡측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농성을 중단하기로 한 약속을 어겨서 농성장을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25일 “노조와 회사는 24일 낮 12시를 기해 농성을 해제하고 8월4일 단체교섭을 재개해 단체협약을 포함한 현안들에 대해 교섭하기로 합의했다”며 “합의문 서명을 앞두고 있었는데 노조가 합의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밝혔다.

지회는 쿠팡의 주장을 반박했다. 쿠팡과 농성 해제를 약속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지회 관계자는 “쿠팡이 ‘교섭날에 공가를 지급하겠다’는 것과 ‘8월4일부터 교섭을 재개한다’는 정도의 내용이 포함된 요구안을 지회에 전달해 내부에서 요구안을 받아들일지 논의 중인 상황이었다”며 “쿠팡이 일방적으로 요구안을 합의안이라고 주장하더니 용역을 동원해 농성장을 철거했다”고 비판했다.

쿠팡물류센터 노사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회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농성의 배경은 쿠팡의 ‘교섭해태’에 있다고 꼬집었다. 공가 지급 등 사측안과 관련해 지회는 “쿠팡은 15번의 교섭 동안 노조 요구안에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하지 않았다”며 “폭염대책 마련, 부당해고 철회 등에 대한 언급 없이 일방적으로 제시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쿠팡은 노조할 권리를 위한 노조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간 요구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공농성하는 참프레 화물노동자
“차량 매매권 제한해 노조탄압”

지난 1일부터 원청에 교섭과 차량 매매권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노조 화물연대본부 전북지역본부 참프레지회는 사측이 예고한 손해배상 청구로 노조활동에 타격을 입었다. 파업 전 45명이던 조합원은 3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지회가 지난 1일부터 파업을 하자 이로 인해 타격을 입은 참프레는 최근 교섭자리에서 물류사에 1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했다. 물류사는 조합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추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이라 소송이 진행된다면 지회는 135억원을 물어야 한다.

최현호 지회 사무차장은 “회사가 파업을 그만두고 복귀하면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조합원들을 회유했다”며 “회사는 화물연대본부를 탈퇴하라고 압박하고 지회 집행부 5명을 해고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 22일부터는 김명섭 전북지역본부장과 유기택 참프레지회장이 참프레사료 군산공장 사일로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파업은 사측이 화물노동자 간 차량 매매권을 제한하면서 시작됐다. 지입차주인 화물노동자들은 원청인 참프레와 계약한 두 곳의 물류사와 계약을 맺고 일한다. 지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화물연대본부 파업이 계속되자 피해를 입은 참프레가 화물차 매수자의 공장 출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화물차를 매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전까지는 화물차를 매수하면 매수자가 계속 참프레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노동자끼리 화물차 거래를 막고 화물차를 업체에 판 대수만큼 일자리가 줄어든다.

최 사무차장은 “사실상 한 대씩 감차시키겠다는 것이 참프레의 속셈”이라며 “물류사와의 교섭 자리에서도 ‘참프레 측에서 화물연대본부를 막으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 사무차장은 “차량 매매권을 자유롭게 보장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거두라는 것이 지회 요구”라며 “그저 예전처럼 일만 하게 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