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 만난 야당, 정부는 ‘참석 거부’

민주당, 노조와 협의체 구성 … 일몰조항 폐지 ‘하반기 1호 법안’ 약속

2022-06-10     임세웅 기자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 <정기훈 기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본부장 이봉주) 파업을 보는 정부·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대화 시도 없이 강경책을 쓰고 있는 데 반해 민주당은 정치적 해법을 강조한다. 민주당이 9일 오후 화물노동자를 만나 대화채널 구축과 하반기 원구성 이후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개정을 최우선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화로 풀겠다”는 국토부
‘파업 대응 바쁘다’는 이유로 불참

이날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돌입 관련 민생간담회’는 애초 박홍근 원내대표가 화물연대본부와 국토교통부 간 입장 조율을 위해 마련됐다. 그런데 국토부가 파업 대응에 바쁘다는 이유로 간담회에 불참했다.

이런 탓에 간담회에서는 성토 발언이 쏟아졌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직접 대화 자리 참석보다 의미 있는 파업 대응 자리가 있을까, 안타까운 심정이다”며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부와 정치권은 현장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할 책무가 있다”며 “무책임한 정부 대응에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와 대화를 회피하는 모양새다. 대화를 강조했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화물연대본부 파업 이틀 전인 지난 5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10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참석차 출국한 상황이다. 대면과 화상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올해 총회에서 화상연설을 할 예정이던 이 장관은 갑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했다. 이 장관을 이날 오후 늦게 입국했다.

국토부는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오토에버 사옥에서 열린 자율주행 로보라이드 시범운행 착수식 일정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화의 급이 다양하다”며 “대화는 끊어진 적이 없고 어제도 오늘도 의미 있는 대화들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물연대와의 대화 상황에 “내용상으로 큰 이견이 있거나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수개월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조정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결되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이봉주 화물연대본부장은 “큰 이견이 없다면 일몰제 폐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비판했다.

하반기 ‘1호 법안’으로 개정 요구
민주당 “우선적으로 적극 추진”

간담회는 화물연대본부가 민주당에 요구안을 설명한 뒤 민주당이 듣고 수용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최우선 요구사안은 당장 올해 말로 다가온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다.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민주당의 하반기 국회 1호 법안으로 정하고 당론으로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구했다. 민주당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과 당 정책위원회 운수정책 담당자, 노조 정책담당자와 화물연대본부 임원으로 구성하자는 구체적 안을 냈다.

민주당 차원의 대정부 항의 내용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국토위 긴급 현안질의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차원의 국토부 장관 항의방문, 당 지도부의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했다. 정부·여당과 대화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통해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시도다.

민주당은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안전운임제 일몰조항을 폐지하고 적용 대상을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서 다른 품목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낸 만큼 이를 최우선적으로 (통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진정성은 염려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또 “정부에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하지 마라”고 방향성도 분명히 했다. 실무협의 채널 구성은 간담회가 끝난 직후 곧바로 착수하고, 대정부 항의는 다각도로 검토해 실현해 보겠다고 했다.

이날까지 경찰 연행 노동자 32명
정치권 해결 나서며 ‘줄연행’ 끊길까

민주당이 나서면서 정부의 파업 강경대응 기조가 변화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화물기사들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니 파업은 불법이며 불법에는 엄벌한다는 논리로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업을 하다 연행되는 노동자는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경찰에 연행된 화물연대본부 조합원은 32명이다. 미석방된 이들이 9명이며, 이 중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동자는 2명이다. 경찰은 이천 하이트진로 공장을 봉쇄한 본부 하이트진로지부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