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0~30명씩 확진돼 5일 연속 야간근무”
진료·수술 취소되고 병실 축소하고 … 의료인력 보호대책 마련 촉구
“매일 20~30명의 의료진이 새롭게 확진 판정을 받고 있고 일주일 누적 확진자가 170명에 이른 적도 있습니다. 연속 2~3일로 돼 있는 야간근무를 5일 연속으로 한 뒤 하루를 쉬고 다시 업무에 투입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전염력이 사라졌는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양성인지 음성인지도 모르고 다시 업무로 복귀하며 의료진들의 불안은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지역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가 “의료진도 노동자”라며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호소하며 한 말이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천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확진자 폭증과 의료진 집단감염으로 의료체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방역완화 조치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의료진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하는 보건의료인력의 보호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며 “의료역량 마비 사태와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비상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노조가 지난 21~22일 의료기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인 직원이 전체 직원의 5~6% 정도이고, 누적 격리자는 20~3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노조는 “1천병상 규모의 병원 직원수를 3천여명으로 추산할 때 100~150명의 의료진이 격리돼 있다는 의미”라며 “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하루 평균 22%가량 수술을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병실운영을 60~70% 수준으로 축소한 병원들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대신 확진된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줄이는 방향의 지침을 내려보냈는데, 이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달 방역당국은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 개정을 통해 의료진 격리기간을 3~5일로 줄였다. 서울 사립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의료진이 부족하니까 확진이 돼도 3일만 격리하고 나와서 환자를 보라고 하는데 간호사는 기계가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라며 “원내 감염으로 의료진 확진이 증가하고 있는데 의료현장의 감염을 더욱 확산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의료인력 보호대책 수립을 비롯해 인수위원회에 △9·2 노정합의 이행을 국정과제로 채택 △안철수 인수위원장, 임이자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 백경란 인수위원 면담 △코로나19 대응협의체를 의제별 민관합동위원회 1호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