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환 시기 노조, 취약노동자 끌어안아야”

금속노조 이슈페이퍼 “노조가 주도 못하면 현대차그룹이 산업전환 독점”

2022-03-02     강예슬 기자

코로나19로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노력과 전동화 경향이 확대하면서 자동차 산업도 일자리 감소 등 급변이 예상된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미조직 노동자가 기존 노조를 적대적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계속되면 산업전환 시기 노조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속노조노동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고민을 담은 ‘코로나19 이후 산업구조 변화와 금속노조 운동의 과제’ 이슈페이퍼를 냈다. ‘코로나19 시대와 민주노조운동의 딜레마’를 주제로 면접조사에 참여한 익명의 노동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축소, 양극화 심화가 노동 내부 분열을 부추기고 민주노조운동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로 이어진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B씨는 “노조운동이 미조직돼 있는 저소득의 저학력 노동자를 끌어안지 못하기 때문에 도리어 공격을 당한다”며 “(노조가) 진짜 저학력·저임금에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과거 화려했던 노동조합 조직이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거나, 선도하지 못하면 과거의 역사로만 기억되는 노동운동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전했다.

연구진은 “지난 시절 연대를 통해 약자를 지켜내고 주체로 만드는 과정이 민주노조 역할이었다면, 이런 실천을 사회연대적 차원에서 확대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며 “코로나 이후 더욱 불평등해진 양극화된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노조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속노조에는 완성차·자동차 부품사 조합원이 68.5%를 차지하는 만큼 현대자동차그룹의 변화, 그에 따른 대응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재원 금속노조노동연구원장은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의 문제가 아닌 ‘현대·기아차-현대차그룹 계열사-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사업장(사내하청 업체)-1·2차 부품사’ 등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대응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동전문가 D씨는 “(현대차에서 물량이) 모비스에 갔는데 모비스에서 그걸 또 재하청을 주고, 재하청을 갔는데 거기는 비정규직 최저시급에 해당되는 사람들만 일하는 이런 구조는 안 된다”며 “일자리가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일자리가 현대차하고 비교했을 때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가 중요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도, 타협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산업전환기에는 이렇게 물량을 둘러싼 갈등이 생겨날 가능성이 커진다”며 “금속노조는 고용구조, 즉 좋은 일자리에 대한 유지와 배치 문제도 적극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산업전환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제를 전체적으로 집약하고 내부의 조정력·통합력을 발휘해 조직 전반적으로 산업전환 전망을 공유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산업전환 문제는 현대차그룹의 독점적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