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과 부당휴업명령
송아름 공인노무사(서비스연맹 법률원)
지난해 8월 세종호텔은 갑작스럽게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이후 세종호텔은 일부 사업부서를 폐지하는 등 교섭대표노조이자 과반수노조 지위를 차지한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와는 논의하지 않은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이어서 폐지된 부서에 근무하던 노동자 중 대부분은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하면서, 잔여인력에 대해서는 ‘경영상 필요성’이라는 미명하에 휴업명령을 단행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임금교섭에 참여 중이던 노조의 주요 간부 3명을 포함한 지부 조합원 7명만이 그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지부 외의 타 노조원이나 비조합원은 그 대상자가 되지 않았다.
세종호텔은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휴업명령을 일방적으로 반복했다. 다섯 차례 휴업명령 중 무려 세 차례가 각각 6차 교섭, 8차 교섭, 9차 교섭의 다음날로 지부와 세종호텔이 교섭을 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세종호텔은 교섭을 진행하면서 휴업명령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다가 그 다음날이면 돌연 휴업명령을 통보해 온 것이다. 심지어 휴업기간 중에는 총 15명의 지부 조합원에 대해서만 정리해고를 통보했는데, 휴업명령 대상자는 모두 정리해고 대상자가 됐다. 이러한 해고통보 이후에도 세종호텔의 휴업명령은 반복됐고, 휴업은 결국 정리해고와 동시에 종료됐다.
사건의 모든 흐름이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자명하게 드러내는 듯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휴업명령’에 해당함은 인정하나,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놓으면서 세 가지의 논거를 제시했다.
먼저 서울지노위가 제시한 첫 번째 논거는 휴업명령의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휴업명령에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실이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온전히 배척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다. 설령 휴업명령의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특정 노조에 대한 탄압 및 배척의 수단으로 활용할 만한 유인은 충분하지 않은가. 특히 노동자들의 어떠한 귀책사유도 없이 오로지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인사명령이라는 점에서 부당노동행위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휴업명령의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문장 하나로 세종호텔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가볍게 배척한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서울지노위가 제시한 두 번째 논거는 전환배치 된 지부 조합원도 있기에 해당 휴업명령이 지부의 조합원만을 겨냥한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었는지는 비교 집단 간에 유의미한 격차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애초 잔여인력인 지부 조합원 13명 중 절반 이상이 휴업 대상이 됐고, 타 노조의 조합원 4명은 전원이 전환배치됐다. 아울러 세종호텔은 어떠한 기준으로 이와 같은 휴업명령 대상자를 선정한 것인지 명확한 입증을 하지 못했다. 사용자가 특정 노조의 조합원만을 부당하게 휴업명령 대상자로 삼으면서 그에 대한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 의사 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마지막으로 서울지노위는 정리해고가 실시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지부 규모의 축소가 휴업명령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부당노동행위 해당성을 부정하는 논거로 제시했다.
비록 수 개의 행위가 있었고, 이를 각각 서로 다른 인사권 행사의 결과로 판단할지라도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판단함에 있어서 각각의 행위는 연속선상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함이 마땅하다. 특히 휴업기간 중에 그 대상자 전원을 포함한 지부의 조합원만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했고, 휴업의 종료와 동시에 정리해고가 실시됐다는 등의 일련의 과정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아무리 부당노동행위 인정 확률이 낮다고 한들, 서울지노위가 제시한 다소 빈약한 논거들을 보고 있노라면 매우 아쉬움이 남는다. 추운 날씨에 밤낮없이 투쟁현장을 지키고 있는 동지들을 떠올리면 아쉬움은 배가 된다. 곧 있을 정리해고 구제신청에서는 전향적인 판정이 나오길 바라며, 하루빨리 동지들이 당신들의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