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핑계로 대기발령에 해고까지, 강남 클럽의 ‘집요한 직장내 괴롭힘’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후 괴롭힘 시작돼 … 직장내 괴롭힘·부당해고 인정받았지만 “따돌림 계속”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한 클럽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노동자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경영상 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노동자는 정리해고에 앞서 한 차례 해고통보를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한 뒤부터 시작된 직장내 괴롭힘의 일환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합금지 행정명령과 무관한 대기발령은 노동청 조사 결과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했고, 경영상 해고 또한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그런데 피해자 김아무개(40)씨는 복직 이후에도 업무배제·따돌림, 퇴사종용 같은 괴롭힘이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부당해고 복직 이후 대기발령·정직 반복
경리→인사노무→재고파악→방역관리 ‘툭하면 업무 변경’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1월 서울 서초동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ㄹ업체에 경리로 입사한 김씨는 한 달 만에 구두로 당일 해고됐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을 수 없었던 김씨는 곧바로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체신청을 했다. 사건이 접수되자 사측은 부랴부랴 김씨에게 “노동위 구제신청 제도 취지에 따라 기존 출근장소에 기존 업무내용대로 같은해 3월9일부터 출근하라”는 취지의 원직복직명령서를 보냈다.
업무에 복귀한 김씨는 이때부터 각종 괴롭힘에 시달렸다. 갑자기 10여개 채용서류를 제출하라고 했고, 복직명령서 내용과 달리 인사노무로 업무를 변경했다. 대기발령과 정직도 반복됐다. 복직 이후 일주일 만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자택 대기발령(3월17일~19일)을 통보받았다. 이후에도 업무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1차 정직(3월23일~29일)과 코로나19로 인한 대기발령(3월30일~4월5일), 2차 정직(4월24일~5월23일)이 이어졌다. 복직 이후 4월5일까지 근무한 날은 고작 일주일이 전부인데 4월6일부터 또 업무가 바뀌었다. 주류 재고파악 업무를 맡게 된 김씨는 업무시간이 오전 10시~오후 7시에서 오후 1시~10시로 변경됐고 근무위치도 사무실이 아닌 클럽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같은해 8월 초까지 사업장 휴업이 이어졌다. 행정명령이 해제되고 출근을 한 뒤에도 김씨의 수난은 계속됐다. 회사는 2020년 8월5일 김씨에게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해 9월4일자로 해고된다”고 통보했다. 대표이사와 이사 2명이 직원 업무역량을 평가해 대상자를 선정했는데 김씨는 역량평가 4개 항목에서 전부 최하점을 받았다. 5점 만점에 전 항목 2점을 받은 것은 김씨가 유일했다.
김씨는 다시 구제절차를 밟았고 서울지노위는 김씨 손을 들어줬다. 서울지노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모든 항목에서 김씨에게 5점 만점에 2점을 부과한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이나 자료가 전혀 현출되지 않았다”며 “해고 대상자 선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같은해 11월 복직을 하고 나서 김씨 업무는 또 바뀌었다. 사측은 “업무내용이 방역 관련 계획수립 및 대관업무로 변경되고 근무시간은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로 변경된다”고 통보했다.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이 바뀌자 김씨는 서울지노위에 부당인사발령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서울지노위는 지난해 1월 이를 받아들였다.
<매일노동뉴스>는 가해자이자 총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괴롭힘 신고 이후 불리한 처우는 ‘검찰 기소유예’
보호조치 미이행은 “법 시행 이전 일이라 처벌 못해”
김씨는 노동위뿐만 아니라 노동청에서도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다. 2020년 8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기한 직장내 괴롭힘 진정은 1년을 훌쩍 넘긴 지난해 11월11일에서야 결론이 나왔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조사결과 대표이사의 5가지 행위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고 개선지도했다고 밝혔다. 5가지 행위는 첫 해고 이후 김씨가 복직한 뒤 △소명 기회 없이 업무지시 불이행 및 직장질서 문란 등을 이유로 두 차례 정직처분과 대기발령(집합금지명령 기간과 관계없이 시행)한 점 △인사노무 업무에서 담당업무 및 근무장소를 변경한 점 △정직기간 동안 행정사무실을 변경한 뒤 위치를 알려 주지 않고 클럽현장에서 혼자 근무토록하면서 출입문 열쇠 등을 지급하지 않은 점 △상당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입사 및 채용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김씨가 제출한 자료에 대해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로 고소장을 제출한 점 △32건의 사실확인서 작성을 요구한 점이다.
김씨가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취지로 추가로 진정한 건에 대해서도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해 11월 “사건을 조사한 결과 확인된 법 위반사항에 대해 범죄인지 후 수사를 완료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달 22일 서울중앙지검은 대표이사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죄는 인정되지만 정상참작해 기소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씨는 괴롭힘 발생시 이뤄져야 할 피해자 보호조치가 이행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12월 서울지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개정 근기법 시행 전인) 2021년 10월14일 이전 발생한 경우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며 벌칙조항도 없어 행정종결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 사이 피해자 김씨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인사업무를 다시 맡게 됐지만 업무배제나 따돌림 같은 괴롭힘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김씨 주장이다. 김씨는 “새로 온 직원들이 처음엔 인사를 하다가 며칠이 지나면 다른 직원들처럼 저를 투명인간 취급한다”며 “직원들이 포함된 단체대화방에는 제가 빠져 있고 회사 주요 업무에서도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퇴사 종용도 계속되고 있다.
박공식 공인노무사(이팝 노동법률사무소)는 “최초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후 사업주의 의도적인 괴롬힘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해자·피해자 분리조치나 유급휴가명령 같은 적절한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는데도 법을 통해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다. 사업장 업종·규모별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