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전소에 발전노동자 재배치? 근거도 설명도 연구도 없다

발전노동자 재배치 포함 노동전환, 3월 이후 영향평가 … 재생에너지 송·배전 확대 필요한데 노동수요 점검 전무

2022-01-11     이재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발전노동자 관련 산업전환 대책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마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의 현실성 여부도 올해 3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시행 이후에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고용상태영향평가’를 하고 나서야 파악될 전망이다. 이사이 전력산업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근거도 모호한 노동전환 정책 추진 계획에 따라 관련 산업에 7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발전량 비롯 변동성 큰 재생에너지, 설비투자 필요
민간·공공 ‘에너지 전환 따른 노동시간 연구’ 태부족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산자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석탄발전 폐지·감축을 위한 정책방향에서 노동자 산업전환 대책으로 포함된 ‘석탄화력 발전노동자의 송·배전 공사·정비 분야 재배치 방안’은 수요 분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연구는 민간 차원에서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산자부는 송·배전 공사·정비 분야와 함께 재배치 대상으로 액화천연가스(LNG)·수소·암모니아 같은 무탄소 대체 발전소 전환을 언급했지만 이 역시 관련 에너지의 상용화 연구는 초기단계다. 벌써 10기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기하고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발전노동자 2만5천여명의 배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탄소중립을 위해 송·배전 확충이 필요한 것은 맞다. 현재 국내 송전설비는 3만4천646서킷킬로미터(C-㎞), 변전설비는 890곳이다. 재생에너지는 상황에 따라 발전량의 낙차가 큰 변동적 에너지라 이를 수용하고 필요한 곳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송·배전 설비와 변전소, 그리고 저장소 같은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다만 이런 분야의 고용유발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전기·전력 분야 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향후 중요성이 커지겠지만 현재까지는 산업전환 과정의 노동 수요·공급은 물론 송·배전 분야의 고용시장을 연구한 내용은 없었다”며 “정부에서 연구를 하더라도 민간연구기관에는 맡기지 않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나마 드물게 발표된 관련 연구는 서로 다른 분석을 제시한다. 정부가 2017년 실시한 에너지 신산업 육성 고용영향평가를 보면 연구진은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관련 일자리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발전 동향과 고용시장 분석 보고서는 “2015년을 정점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 중 제조업 분야 고용인원은 감소하고 연료전지와 바이오에너지 고용인원은 매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보고서 모두 송·배전과 관련한 정비·공사쪽 인력을 미시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았다.

주무부처 의사결정 뒤엎는 탄소중립 기본계획 가능할까

이런 근거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도 가늠하기 어렵다. 탄소중립위가 기본계획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법 시행 뒤인 3월 이후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정부 각 부처는 개별 부처의 계획에 대해 소통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 조율에 그치는 수준이다. 탄소중립위 관계자는 “(산자부 계획에 대해) 부처 간 협의를 하고 있고 향후 기본계획에 정합성을 갖춰 담게 될 것”이라면서도 “해당 정책의 근거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자부의 정책 알박기도 우려된다. 고용상태영향평가나 기본계획 수립 과정의 의견수렴에 앞서 산자부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모두 해 놓으면 사실상 논의 여지가 없어질 것이란 우려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거버넌스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있다. 남태섭 공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산자부의 계획이 발전노동자 전체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일부 분야에 대한 방향성인지 모호해 대응이 어렵다”며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거버넌스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