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갑질’로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산재 인정
“고강도 육체노동에 정신적 긴장상태 만드는 직장내 괴롭힘 겹쳐”
지난 6월 업무와 관계없는 필기시험을 보고 회의 참석시 복장을 점검받으며 일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 서울관악지사는 27일 고인이 힘들고 어려운 청소업무로 인해 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사망했다고 보고 고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 6월26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짜리 기숙사 한 동을 혼자 청소했다. 발생하는 쓰레기를 치우고, 환기가 되지 않는 기숙사 샤워실 벽면과 천장에 낀 곰팡이를 제거했다. 바닥 청소도 그의 일이었다.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4시간55분으로 만성 과로에 해당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6월 새로운 안전관리팀장이 오며 직장내 괴롭힘이 시작됐다. 그는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실시했다. 조직의 한글과 한자, 영어 명칭, 개관연도, 기숙사 수용인원, 준공연도 등을 물었다. 매주 업무회의를 열고 출퇴근 복장도 지적·관리했다. 학교 관계자는 필기시험 100점, 복장 25점, 준비물 25점 등 총점 200점 만점으로 매주 청소노동자 점수를 책정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근무평정제도가 있거나 새로 도입되는 제도가 있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렸다. 고용노동부는 7월 이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판정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은 업무시간만으로 산정되지 않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노동을 지속했고, 고인 사후 실시된 직장내 괴롭힘 조사에서 일부 사실이 인정됐고, 스트레스 요인이 6월 한 달 내에 한꺼번에 발생한 점으로 미뤄 볼 때 스트레스로 작동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2017년 고시에서 단기간 업무 부담 증가로 뇌심혈관의 기능에 영향을 줘 뇌심혈관질환을 발병하게 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발병 전 12주 동안의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사건을 대리한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사망의 주된 원인은 낡은 건물에서 하는 고강도의 청소업무였고, 이에 직장내 괴롭힘과 스트레스, 청소검열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겹쳐 사망에 이른 것”이라며 “서울질병판정위의 판정은 법원 법리에 충실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권 노무사는 “고인의 노동의 가치가 산재로 인정돼 정말 다행”이라며 “유족과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애쓴 노조를 모욕한 이들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일반연맹은 유가족과 협의해 서울대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연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세정 서울대 총장의 사과와 협의체 구성, 관리자 파면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