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남해화학 하청노동자 아들의 편지
“농성하는 아빠, 너무 보고 싶어요” … 가족들 대책위 구성
“아빠 잘 지내고 계시죠.”
남해화학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최근 해고된 김중민씨의 열 두 살 아들이 어렵게 입을 뗐다. 마이크를 든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복 받친 감정 탓에 준비해 온 발언 전부를 전하지 못한 김군은 “아빠 너무 보고 싶습니다”라며 흐느낌 섞인 인사로 말을 마쳤다.
남해화학 하청노동자 33명이 계약종료를 이유로 해고된 지 13일째다. 해고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사업장 안 업무 대기실에서 농성 중이다. 집단해고 노동자 가족들은 ‘남해화학 비정규직노동자 집단해고 철회! 고용승계 쟁취! 가족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가족대책위는 13일 오전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화섬식품노조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지회장 구성길) 조합원 곽오남씨의 부인인 박현숙씨는 “11월30일 아침 ‘여보, 오늘 저녁부터 안 들어올지도 몰라’라며 출근했던 남편의 모습이 마지막”이라며 “12월1일 2년 전 집단해고의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가족대책위 대표를 맡은 박씨는 “비좁고 열악한 공장 대기실에서 13일째 버티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뭐라고 도움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 남해화학과 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남해화학 비정규직 해고자 아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매일 밤 울면서 영상통화를 한 지 2주가 돼 간다”며 “아이들이 아빠가 어디 갔냐고, 왜 집에 안 오냐고 묻는데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하느냐”고 눈물을 훔쳤다. A씨는 “비정규직 가족들은 2년마다 너무 무섭다”며 “하루빨리 남편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집단해고는 남해화학이 도급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새로 온 업체 ㅊ사가 저가입찰로 도급을 받아 현재 임금과 처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지난 7일 원·하청 노사가 한 차례 문제해결을 위해 만났지만 결렬됐다. 회사쪽이 1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에게 다른 업체, 업무로의 전환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구성길 지회장은 “회사가 제시한 안을 받을 수 없을 것을 뻔히 알면서 노조에 제안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수십년을 근무한 사람들에게 생전 해 보지도 않은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노동자가 버티지 못해 그만두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 지회장은 “더 이상 집단해고가 반복되지 않게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