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환 위기인데] ‘정규직 고용안정’만 말하는 현대차지부 선거

4개 후보조 전기차 물량 확보 한목소리 … 비정규직·부품사와 상생은 무관심

2021-12-01     강예슬 기자
▲ 현대자동차가 지난 9월 ‘IAA 모빌리티 2021’에 참가해 선보인 아이오닉5 로보택시, 두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의 컨셉카인 ‘프로페시(Prophecy)’.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9기 임원선거 1차 투표가 2일 진행된다. 출마한 4개 후보조는 완성차 노동자들에 닥친 산업전환 위기에 무엇을 대비하고 있을까. 30일 <매일노동뉴스>가 후보들의 산업전환 대응책을 살펴보고, 노동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후보들의 대책은 조합원 고용안정을 위한 생산물량 증대·전기차 핵심 부품 유치, 로봇·도심항공 등 신산업 유치,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대동소이했다. 공약 실현을 위한 로드맵이 빈칸으로 놓인 점, 산업전환으로 더욱 심화할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간 불평등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래차 핵심부품 유치,
자동화·모듈화·외주화 저지”

기호 1번 이상수 지부장 후보(현 지부장)는 2023년까지 유휴부지를 활용해 전기차 모듈 공장 유치,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2028년에는 로봇·플라잉카 생산공장을 신축해 양산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나머지 후보의 공약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호 2번 권오일 후보는 구동모터·배터리팩 같은 전기차 핵심부품 조립공장을 유치하고, P/T(파워트레인) 부문에서 일하는 조합원과 전주·아산 공장 조합원을 위해 모듈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물량 갈등을 해소하고, 자동화·외주화·모듈화 등 사측의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기호 3번 조현균 후보조와 기호 4번 안현호 후보조도 노동시간 단축을 미래산업 대응 전략으로 내세웠다. 회사가 추진하는 자동화·모듈화·외주화를 저지하고, 전기차 생산이 확대시 고용불안에 대비해 친환경차 핵심부품을 사내 조립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겹친다. 다만 안현호 후보는 해외공장 운영에 노조 개입력을 강화하고,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노조의 경영참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조합원 중심 대책에 노노갈등 우려,
고용질서 균형·산업생태계 복원에 힘써야”

4개 후보조의 공약을 본 노동전문가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전기차 핵심부품을 유치하는 문제는 노노갈등으로 번지기 쉽다”고 우려했다. 그는 “배터리팩 같은 경우 현대모비스나 다른 부품사들이 생산하고 있다”며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이 문제를 완성차에서 어떻게 끌고 나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로봇·플라잉카와 같은 미래산업 유치에 관해서는 “신산업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국외와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노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략적인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4개 후보조 공약 모두 내부 조합원의 고용안정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도 한계로 거론된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약의 대부분이 정규직 조합원의 고용안정이나 선언적인 외주화 반대에 쏠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산업전환기 노조 권력은 축적된 자원을 활용해 지금의 불균등한 고용질서의 균형을 맞춰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고용질서뿐 아니라 산업생태계도 깨져 있는 상태”라며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산업생태계를 바로잡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조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