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위 온실가스 감축 계획 의결, 환경·노동계 “엉터리”

2030년까지 2억9천100만톤 줄이고 20년 뒤 ‘탄소중립’ … 문재인 대통령 “가보지 않은 길, 여건상 최선”

2021-10-19     이재 기자
▲ 청와대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 A·B안과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40% 상향안을 의결했다. 대략적인 윤곽이지만 2030년과 2050년 각각의 NDC를 제시한 셈이다. 다만 탄소중립위의 의사결정구조와 목표치를 두고 다양한 비판이 제기된다.

탄소중립위는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전체회의를 열고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당당히 가겠다는 원대한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열고 탄소중립위 의결 사항을 다시 심의한다.

2030년 NDC 상향·2050 시나리오 각각 의결
2018년 대비 10년 뒤·20년 뒤 배출량 제시

이날 탄소중립위가 의결한 내용을 종합하면 2018년 6억8천630만톤에 달하는 우리나라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줄일지 대략적인 윤곽이 나온다. 우선 2030년 탄소배출량은 4억3천660만톤으로 2018년과 비교해 2억9천100만톤 감소한다. 40% 감축이다.

부문별로 보면 석탄화력발전소 폐기를 뼈대로 하는 전환부문 탄소배출량은 2018년 2억6천960만톤에서 1억4천990만톤으로 감소한다. 산업부문은 2억6천50만톤에서 2억2천260만톤으로, 건물부문은 5천210만톤에서 3천500만톤으로 줄인다. 수송 9천810만톤→6천100만톤, 농축수산 2천470만톤→1천800만톤, 폐기물 1천710만톤→910만톤이다. 수소발전이나 수소차 확대에 따라 2018년에는 배출량이 없었던 수소부문 탄소배출량은 760만톤으로 신규 발생하고, 운송 과정에서 새어 나오는 탈루 같은 탄소배출량도 2018년 560만톤에서 390만톤으로 줄이는 것으로 전망했다. 배출한 온실가스를 없애는 흡수·제거 전망치는 흡수원(산림) 2천670만톤,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1천30만톤, 국외 감축 3천350만톤이다.

2030년까지 이런 목표를 달성하면 이후에는 최종 A·B안에 따라 온실가스를 줄인다. 앞서 8월 발표한 1·2·3안 가운데 3안만 탄소중립(net zero)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최종 A·B안은 모두 탄소중립을 제시했다.
 

2050년 시나리오 최종 A·B안 ‘탄소중립’
천연가스 발전 여부로 전환 부문 차이

최종 A안은 전환부문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산업부문 탄소배출량을 5천110만톤으로 전망했다. 건물부문 620만톤을 비롯해 △수송부문 280만톤 △농축수산 1천540만톤 △폐기물 440만톤 △탈루 50만톤이다. 흡수·제거 부문은 흡수원 2천530만톤, CCUS 5천510만톤이다.

B안은 화력발전 가운데 천연가스(LNG) 발전을 일부 잔존하는 것을 가정해 전환부문 탄소배출량을 2천70만톤으로 전망했다. 산업·건물·농축수산·폐기물 부문은 A안과 전망치가 같다. 수송 부문은 920만톤으로 A안(280만톤)보다 배출량을 높게 전망했고, 수소와 탈루 역시 각각 900만톤과 130만톤으로 A안(수소 전망치 없음·탈루 50만톤)보다 배출량이 많다. 이를 만회하는 흡수·제거 전망치는 훨씬 높다. 흡수원 전망치는 같지만 CCUS 전망치를 8천460만톤으로 A안(5천510만톤)보다 높게 전망했다. A안에는 없는 직접공기포집(DAC)으로 740만톤을 추가 감축할 걸로 전망했다. A·B안은 2050년 세계적인 탄소중립을 가정해 국외 감축치를 제로(0)로 설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 NDC 상향 결정은 우리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의욕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탄소중립위가 기후범죄 자행”
의사결정 배제된 노동계 “구조개편” 요구

 

▲ 탄중위해체공대위

환경·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탄소중립위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노들섬에서 기습 규탄시위를 열고 “탄소중립위가 기후범죄를 자행했다”며 “탄소중립위의 2030년 NDC 감축목표와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고 내용조차 총배출량과 순배출량을 다르게 적용한 숫자꼼수”라고 비판했다. 시위 현장을 찾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계획을 “가짜 탄소중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탄소중립을 앞장서 주장하고 실천해 온 활동가와 청소년·시민이 아스팔트바닥에서 질질 끌려다니는 이 현실이 무엇을 말하느냐”며 “탄소중립위는 기만적 NDC를 철회하고 2010년 대비 50% 감축이라는 국제사회와 우리 시민사회, 정의당의 요구를 받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동계는 의사결정구조를 꼬집었다. 노동자가 줄곧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의사결정구조에서 노동자를 배제해 산업전환 과정의 피해자로 만든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안건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목은 찾기 어렵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이런 관점을 담은 요구안을 이미 탄소중립위에 전달했고, 민주노총은 19일께 별도의 의견서를 통해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재계도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경총은 전체회의 직후 “탄소중립위 출범 이후 짧은 기간 동안 충분한 합의와 영향분석 없이 정부와 탄소중립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분에 유감”이라며 “과도한 NDC 상향과 불투명한 시나리오는 결국 생산설비 정체와 감산으로 고용감소 같은 경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