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동료 덮친 고용불안] 발전소 하청노동자 이직 준비하다 극단적 선택
삼천포 석탄화력발전소 2028년 폐쇄 … “발전 비정규직 고용보장 대책 절실”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에서 30대 하청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인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천포발전본부 내 석탄화력발전소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기업 이직하려 한국사 공부했는데…”
18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남동발전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경상정비 분야 노동자 A씨는 지난 15일 오전 발전본부 내 비품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은 고인이 공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퇴근 후 도서관에서 영어와 한국사를 공부했다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삼천포발전본부 내 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는 지난 4월 폐쇄됐다. 3·4호기는 2024년, 5호기는 2027년, 6호기는 2028년 폐쇄 후 LNG발전소로 전환된다. 고인은 6호기 전기팀에서 근무했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용불안은 해당 발전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연구팀’이 지난 3월25일부터 4월30일까지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3천63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92.3%는 “발전소 폐쇄에 따라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다른 일자리가 준비돼 있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 7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공개했다. 석탄화력발전 분야 노동자에 대해서는 직무전환과 재취업을 위한 교육훈련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실질적인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단순한 직무교육이 아니라 ‘선 고용-후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위태로운 김용균의 ‘동료들’
2018년 12월10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씨도 고인과 같은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 노동자였다. 당정은 2019년 12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비정규직은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경상정비 분야는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안정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용균씨 3주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의 동료들은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열악한 처우와 고용불안은 여전하다. 남동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이 3개월 단위로 용역계약을 갱신함에 따라 노동자들도 3개월마다 ‘쪼개기 계약’을 맺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후 경남 창원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정규직 전환 약속만 지켰어도 고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홍종한 노조 경남본부장은 “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뒤 정부는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대원 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이 개선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희망고문’만 당했다”며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가운데 또 한 명의 동료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발전기술은 고인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유족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