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지기 전 세 달간 휴일은 단 7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97일 만에 산재신청
17일 연속 근무하며 5톤 넘는 쓰레기 처리
지난 6월26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가 숨지기 전 석 달 동안 쉰 날이 7일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열흘 이상 연속근무한 횟수만 4차례에 이른다. 고인의 유족은 “견디기 힘든 과중한 노동과 업무상 스트레스가 사망 원인임이 분명해졌다”며 30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하기로 했다.
“하루에 처리한 쓰레기, 34킬로그램 아닌 300킬로그램
유족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일과사람은 29일 “고인에 대한 각종 자료와 동료들의 증언 등을 조사·분석한 결과 고인의 사망은 서울대 청소노동의 과중함에 일차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울대쪽은 고인이 근무한 기숙사 925동에서 나오는 쓰레기 배출량을 평균 34킬로그램 수준이라고 밝혔다. 8월30일부터 9월10일까지 925동 쓰레기 배출량을 실측해 평균을 낸 결과다.
유족측 대리인인 권동희 공인노무사는 “고인이 취급한 쓰레기 중량물은 하루 평균 300킬로그램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925동 기숙사 쓰레기 양은 2019년 605리터에서 올해 1천13리터로 2.8배 증가했다. 이에 따른 쓰레기봉투(100리터) 사용량도 크게 늘었다. 2019년엔 1년에 421장을 썼는데 올해는 7월까지 707장을 썼다. 고인의 근무일수로 계산하면 하루에 최소 4개 이상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사용한 셈이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쓰레기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무게를 평균 7킬로그램, 종이와 책, 병·캔 등 재활용쓰레기 평균 10킬로그램으로 추정했을 때, 각 층마다 14개씩 계단이 있는 기숙사 1~4층을 오르내리는 횟수와 1층에서 쓰레기 적치장까지 30미터를 이동하는 거리 등을 종합하면 1일 평균 300킬로그램의 중량물을 취급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17일 연속 근무한 고인, 외주화 발언에 스트레스 가중
권동희 노무사는 “쓰레기 무게는 과로사의 가중요인 중 하나일 뿐이고, 핵심 원인은 휴일 부족과 업무상 과도한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 고인은 주 6일 근무를 했는데 사망하기 전 12주간 실제 쉰 날은 7번에 그쳤다. 특히 5월20일부터 6월5일까지는 무려 17일을 연속해서 근무했다. 하루 평균 300킬로그램의 쓰레기를 운반했다고 계산하면 17일간 5톤 이상을 쓰레기를 버리면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피로를 회복할 틈도 없이 일한 셈이다.
쓰레기 처리뿐 아니라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기숙사 샤워실 벽면과 천장에 낀 곰팡이를 제거하는 업무, 모두 5킬로그램에 달하는 의자를 치운 뒤 실시하는 바닥 청소도 고강도 노동에 해당한다. 고인이 배치되기 전 925동에서 근무한 직원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보다 샤워실 청소가 더 힘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인은 지난해 병원에서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나타나는 질병인 수근관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여기에 6월 새로운 안전관리팀장으로 A씨가 오면서 발생한 직장 갑질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권 노무사는 “A팀장이 엄격한 출퇴근 복장 관리, 업무와 무관한 시험 실시, 청소 검열, 회의 석상에서 임금 삭감과 외주화 발언 등으로 청소노동자들에게 극심한 모욕감과 스트레스를 초래했을 것”이라며 “특히 6월16일 A팀장의 외주화 발언 직후 고인은 직접 항의표시를 할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A팀장의 행위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바 있다.
민주일반노조는 “저임금 청소노동자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고인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직장내 괴롭힘과 가중한 노동으로 발생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사망의 주요 원인인 만큼 명박한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