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라면 모범을?”] 부당노동행위·부당해임 판정에도 ‘근태’ 따진 건대 충주병원

중노위 판정 불복 행정소송 제기 … 지난 27일 첫 공판 어땠나

2021-08-30     홍준표 기자
▲ 건국대 충주병원이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2명을 보직해임했다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보직해임·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자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보건의료노조>

“노조운동은 노동자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를 위한 계급적 운동이다. 노조원이라면 다른 노동자의 모범이 돼야 하지 않겠나. 이들은 수시로 월례조회를 불참했다.”

직원 두 명을 보직해임한 건국대 충주병원쪽 변호인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부당보직해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첫 공판에서 한 말이다.

조합원 2명 지난해 2월 보직해임
월례조회 불참 포함 근태 불량 사유

충주병원은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9개월 만인 이날 1차 공판이 열렸다. 병원쪽은 변론 내내 보직에서 해임된 직원의 근태를 지적했다.

병원쪽 변호인은 보직해임이 직원의 근태 문제일 뿐 노사갈등으로 바라본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노위쪽을 대리한 김하경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이들이 특별히 근태가 나쁘지 않았고, 월례조회 역시 600명이 대상인데도 실제로는 100여명만 참석해 원래 참석률이 저조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별도의 서면 제출이 없으면 다음 기일에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은 10월15일 속행된다.

병원은 지난해 2월29일 진료부 영상의학과 기사장 서리(5급)로 근무하던 A씨와 응급실 간호부 외래간호팀장(5급) B씨를 각각 6급인 같은 과 계장과 수간호사로 직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월례조회를 수시로 불참하고 부서 운영에 소극적인 등 근무태도가 불량했다는 게 이유였다. A씨와 B씨는 당시 인사평가에서 각각 100점 만점에 ‘미흡’ 등급인 50.2점, 61.2점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2017~2018년에는 ‘보통’ 또는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인사평가 과정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보직해임 나흘 전 열린 인사위원회 회의에서 보직해임 안건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직해임을 징계로 볼 만한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중노위, 부당노동행위도 인정
“반조합적 의사로 보직해임”

이에 A·B씨와 보건의료노조 건국대충주병원지부는 보직해임은 사실상 징벌이므로 부당하다며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나아가 지부는 병원의 인사권 남용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이 부서장의 90%를 기업노조인 건국대충주병원노조 조합원으로 교체해 보건의료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부 소속 조합원 숫자는 380여명으로, 기업노조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인사조치가 이어지며 지부 조합원은 30여명 줄었고, 기업노조 조합원은 설립 초기 20명에서 67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충북지노위가 지난해 6월 A·B씨와 지부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자 지부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반전을 맞았다. 중노위는 지난해 10월 보직해임을 부당보직해임으로 보고 A씨와 B씨를 원직에 복직하라고 주문했다. 중노위는 “보직해임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며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보직해임이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봤다. 중노위는 “병원이 반조합적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방법으로 고소·고발 및 보직해임 등의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병원이 노조활동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충주병원은 2019년 김홍섭 병원장이 부임한 이후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노조간부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이어 가는 등 노조를 탄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건국대가 지난해 수익사업체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 투자하면서도 10년간 충주병원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