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에 따라 달라지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

정문식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

2021-05-25     정문식
▲ 정문식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

노동청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담당 감독관에 따라 사건처리 기간이나 조사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자주 느낀다. 특히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극명한 차이를 보일 때가 많다. 최근 진행한 직장내 괴롭힘 사건 2건을 소개한다.

사건1 : 진정인 출석조사 후 1주일 만에
피진정인과 참고인 조사를 마친 감독관

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진 근로자 A는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조사와 보호조치 등을 요청했다. 사용자에게 발송한 내용증명이 가해자에게도 전달됐는지 가해자는 대리인 사무실로 전화해 “내가 뭘 그리 괴롭혔다고 그러는 것이냐”며 항의했고 사용자 역시 “법대로 하라”는 식으로 험한 말을 쏟아 내며 조사를 거부했다. 사용자가 조사를 거부했기에 즉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담당 감독관에게 출석조사 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전달했고 감독관은 근로자 A가 처한 상황에 공감하며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약속했다. 실제로 감독관은 출석조사 후 1주일 만에 사용자와 가해자 출석조사를 진행했고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마친 후 사용자에게 개선지도를 했다. 당사자 출석조사, 개선지도, 행정종결까지 불과 3주가 걸리지 않았다. 근로자 A는 조사기간 동안 유급휴가를 보장받았고 부당한 부서이동도 모두 취소됐다.

사건2 : 출석조사 후 3개월이 지났지만
피진정인 조사도 진행하지 않은 감독관

근로자 B는 스톡옵션을 행사 못 하게 하려는 회사의 괴롭힘으로 수개월 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는 근로자 B가 퇴사를 거부하자 온갖 트집을 잡으며 징계했고 거짓 진술서를 통해 전보조치했다. 근로자 B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통해 징계가 취소됐으나 여전히 다른 직원들과 분리돼 창고에서 경력과 관련이 없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올해 1월 출석조사에서 오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퇴사시키려는 의도에서 괴롭힘이 발생했고 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한 징계임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감독관은 간이조사를 진행했고 사업주의 괴롭힘은 직접 판단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하지만 출석조사 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피진정인쪽의 의견서를 받는 것 외에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으며 근로자 B는 오랫동안 지속된 괴롭힘으로 상병이 발생해 휴직 후 산재신청에 이르게 됐다.

근로기준법 개정뿐 아니라 감독관 인식개선이 중요

‘사건2’의 담당 근로감독관은 출석조사 당시에도 “임금체불 사건 몇 건 하는 것이 직장내 괴롭힘 사건 하나 진행하는 것보다 편하다”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감독관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는데 실제 사건처리도 엉망이었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전담 감독관을 두어 별도의 독립된 공간에서 조사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나 접수사건이 많아지면서 대부분 전담이 아닌 감독관이 사건을 처리하는 실정이고 조사방식도 큰 차이를 보인다.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불러 대질조사를 하겠다는 감독관도 있었다.)

근로감독관은 직장내 괴롭힘 사건을 맡으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데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올해 10월14일부터 시행되면 일정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되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신고를 접수한 후 객관적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 괴롭힘 확인 후 피해근로자 요청에도 근무장소 변경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조사내용을 누설한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는 1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사용자의 의무를 강화하고 과태료 규정을 신설해 직장내 괴롭힘 피해 근로자에 대한 보호는 두터워지겠지만, 일선 감독관 인식의 변화 없이는 근로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곧 있으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도 2년이 된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 앞으로도 더 개선될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