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 철수 씨티은행, 당기순이익 감소 ‘고전’
6월3일 정기이사회 매각 현황·전략 검토 … 노조 “분리 매각시 거센 저항 직면할 것”
국내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한국씨티은행이 각종 재무지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내달 3일 이사회를 열고 소매금융 철수 방안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소매금융(개인·커머셜부문, 신용카드부문) 통매각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이날 이사회에서 자칫 분리매각 방침으로 은행이 선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4%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한국씨티은행 당기순이익은 48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598억원이었다. 소매금융으로 매각 대상에 포함된 카드부문 실적이 11.1%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한국씨티은행은 현재 신용카드와 개인예금 같은 소매금융을 한 데 묶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국 씨티그룹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호주·중국·대만 등 13개국 소매금융 출구전략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인수자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이미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데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되레 몸집을 줄여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는 국내 시중은행지주는 한국씨티은행 매수에 관심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 보니 보험사나 저축은행 같은 쪽의 인수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음달 3일 열리는 이사회는 이런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14일 전체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차기 정기이사회에서 이달 말까지 매수 의향을 보이는 잠재 매수자 현황을 보고하고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를 포함한 출구전략 방안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동자들은 혹여나 이날 이사회에서 기존의 통매각 방침을 뒤집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관계자는 “혹여나 이사회에서 분리 매각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전환할까 우려가 있다”며 “지부가 수차례 분리 매각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전달해 왔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지금처럼 매각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런 입장 선회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분리 매각을 하면 인수처에 따라 고용불안이 가중할 수 있고 불합리한 처우를 받거나 기존보다 후퇴한 노동조건에 처하는 등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분리 매각 방침으로 선회한다면 지부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