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하이텔레서비스 상담사 ‘직무태만 해고’는 부당해고

“개인 일탈 아닌 구조적 압박에서 비롯 … 회사 눈 밖에 난 사람 본보기 징계 제동”

2021-05-06     어고은 기자

중앙노동위원회가 LG전자 자회사 ㈜하이텔레서비스가 상담사를 직무태만을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금속노조는 상담사 A씨가 하이텔레서비스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사건에서 중노위가 지노위 판정을 뒤집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다고 5일 밝혔다.

2011년 하이텔레서비스에 상담사로 입사한 A씨는 지난해 9월 직무태만을 이유로 징계해고됐다. A씨 업무는 LG전자 가전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제품 고장 문의나 민원을 상담하는 일이었다. 회사가 밝힌 직무태만의 근거는 업무용 사무실 전화기(키폰)로 본인 휴대전화에 발신을 했다는 것이다.

A씨 행위의 배경에는 ‘후처리(고객과 전화를 끊고 전산입력 등 사후처리)’ 시간을 줄이라는 관리자의 업무압박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담사들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받을 수 없는 상태인지는 실시간으로 관리자가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팀장·파트장 같은 관리자의 인사평가는 소속 팀원의 상담처리 건수에 따라 좌우되는 탓에 관리자들은 평소에 상담사들에게 후처리 시간을 줄이고 통화연결 건수를 늘리라고 압박했다. 상담사가 후처리 버튼을 누르면 고객에게서 걸려 오는 전화가 차단된다. A씨는 후처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업무용 키폰으로 자신의 휴대전화에 발신을 한 것이다.

전체 상담사의 약 28%에 해당하는 139명이 이러한 형태로 업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런 행위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회사의 업무압박으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박준성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30% 가까운 직원들이 A씨와 유사한 행위를 했는데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 대신 한 명만 본보기로 해고한 것”이라며 “관행적으로 해 오던 일을 직무태만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회사에 눈 밖에 난 사람들을 징계하는 경향이 최근 보이는데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