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에게도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해야
박현희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그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사람이다. 단정한 옷차림도 감출 수 없었던 울적해 보이는 얼굴과 상담을 진행하며 흘리는 눈물에서 치료가 필요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중년 남성인 그는 사무실에서 지독한 따돌림에 시달렸다. 업무시간 동안 종일 동료 누구도 그와 대화하지 않으려 했고, 그를 피해 버린다고 한다. 심지어 업무상 필요한 정보도 공유받지 못했다. 자동차 판매조건은 수시로 변경되지만 그는 업무를 위한 필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확인했다. 사장이 조회와 회의를 없애 버렸고 그를 제외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무방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장은 그를 없는 사람으로 취급했고, 이런 사장의 눈치를 보던 나머지 직원들은 그를 강제탈퇴시킨 후 상조회 명의로 회식과 단합대회를 즐겼다. 사장은 후원 명목으로 상조회 행사를 주재했다. 그렇게 사무실에서 완벽하게 홀로된 그는 나날이 피폐해져 갔고, 심각해져 병원을 다니며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병의 원인상황이 바뀌지 않으니 호전은커녕 새 병명이 부 상병으로 추가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산재를 신청해 보자고 했지만,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가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노조 때문이다. 그는 몇 년 전 노조에 가입하고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한다. 동료들과 함께 좋은 직장을 만들어 보고자 시작한 노조활동은 곧 사장의 어마어마한 핍박과 탄압에 부딪히게 된다. 사장은 노조가 생기면 본사에서 판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직원들에게 폐업을 엄포하고 노조를 흔들어 댔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직원들에게 노조탈퇴 회유와 노조원에 대한 불이익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면서 조합원은 줄어 갔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등 소송전을 불사하며 그는 꿋꿋이 싸웠고, 시간이 흘러 사장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받았지만 그의 곁에 남은 조합원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노조활동을 하고자 했던, 탄압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는 그렇게 자존심과 신념을 지키다가 결국 혼자가 됐고, 친구 많고 유쾌하던 과거의 그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의 우울한 얼굴을 가지게 됐던 것이다.
근로기준법 76조의2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오늘 고통스러운 얼굴을 했던 그는 직장에서 업무적으로 괴롭힘을 받고 병까지 얻은 노동자였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확인받지는 못한 소위 특수고용 노동자였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직장내 괴롭힘 금지규정을 통한 각종 보호조치로 원인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나의 설명에 그는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왜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가? 직장내 괴롭힘을 당해도 된다는 것인가? 근본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직장내 괴롭힘은 일터에서 노동자의 종속성과 작업장의 권력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괴롭힘이란 개인 간 사소한 갈등을 넘어 조직문화가 만들어 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조직적으로 종속된 특수고용 노동자 역시 권력관계의 말단에 놓여 있다. 직장내 괴롭힘은 일회성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병들게 하고 뇌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심각한 인격권 침해행위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인격권 역시 다른 이들의 그것처럼 보호돼야 할 가치다. 이처럼 보호 대상이 안 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자동차 카마스터인 그처럼 차별과 불평등에 특히 취약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괴롭힘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기에 적극적 보호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 일터 괴롭힘에서 보호하고 있는 규율구조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하라!